[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저축은 얼마나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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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Q) 북한 주민들은 한 달에 얼마나 벌며 저금은 어느 정도 하나요. 김미연 (25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A) 북한 주민들은 매월 회사에서 받는 돈을 봉급.월급이라 하지 않고 '생활비'라고 합니다. 생활비는 직종.직업에 따라 다르죠.

생활비는 직장의 종류.크기에 따라, 노동조건과 급수.노동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당 간부.군인.인민보안원.보위원 등은 생활비를 비교적 많이 받는 편이고 행정직 사무원들은 적다고 합니다. 체육인.예술인(연예인).의사 등도 생활비를 많이 받는 쪽에 속하며, 급수에 따른 차등 지급이 일반적 관행이죠. 급수는 직종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대개 1급에서 8급까지 있지요. 남한의 직장 호봉과 비슷해 8급이 생활비를 많이 받습니다.

북한에서는 지역.기관마다 저금소를 두고 저축을 강조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성인이 저금통장을 갖고 있지요. 주택가의 인민반장들이 매달 저축 강조에 나서기 때문에 주민들은 매달 10원쯤 저금하죠.

북한 당국은 심각한 경제난으로 '고난의 행군'을 하던 1990년대 하반기에는 '저축과 절약만이 살 길'이라며 저축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저금'과 '예금'을 구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금은 일반 주민들의 저금소 예치금을, 예금은 기관.기업소의 의무적인 은행 예치금을 일컫습니다.

탈북자 金모(41)씨는 "북한 주민들이 저금소나 은행을 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닌 통제기관으로 인식하며, 은행은 경제계획을 수행하는 자금조달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장사 등으로 번 돈을 저금하지 않고 장롱 깊숙이 숨겨 두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저금소에 저축하면 개인의 경제사정이 노출될 뿐더러 저금을 해도 정작 필요할 때 바로 인출하기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북한에서는 저금소에서 돈을 찾는 것이 조금 귀찮은 일로 여겨집니다. 인출 금액이 20~30원이면 문제가 없지만 1백원 이상이면 하루 전에 저금소에 신청해야 합니다. 저금소가 인근 은행에서 매일 찾아오는 액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저금소의 이자율은 4% 정도이지만 주민들이 이자를 찾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지요. 형식적으로 저금하는 데다 이자수입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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