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잘살아 보세' 운동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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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바로 이것이 노동당 시대의 무릉도원이고 사회주의 선경이다."

지난 7월 황해북도 서흥군 범안리를 현지지도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마을 주변을 둘러보고는 감탄하며 한 말이다.

요즘 북한에선 '온 나라 농촌을 범안리처럼 만들자'는 '북한판 새마을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남한에서 1970년대 초 마을길을 넓히고 지붕을 개량하며 나무를 심어 생활환경을 크게 개선한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신도1리 마을을 따라 배우자며 농촌 살리기를 시도한 새마을운동과 아주 흡사하다.

최근 북한 당기관지 노동신문은 연일 "범안리는 새 세기 우리 당의 농촌건설 구상이 빛나게 구현된 본보기"라며 온 마을이 '범안리 따라 배우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범안리는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북한의 다른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꾸불꾸불한 논밭과 자그마한 양어장, 산기슭에 몇채밖에 안되는 낡은 살림집 등이 고작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범안리는 일년 남짓한 기간에 완전히 딴 세상으로 변했다고 이 신문은 전한다.

북한 선전매체의 과장이 다소 섞여 있을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과일나무 심기, 수십 정보(1정보=1㏊)의 양어장 조성, 1백여채의 주택과 탁아소.유치원.목욕탕 건설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

범안리의 숙제는 '마을 전기화'다.

70년대 우리 농촌에서 전기화가 새마을운동의 주과제였듯이 범안리도 마을 전기화를 목표로 잡고 있다. 전기난방을 비롯, TV.냉동기(냉장고) 등 가전제품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촌 청년들이 가요 '도시처녀 시집와요'를 자신있게 부를 정도로 도시인들이 농촌을 부러워하게끔 만들겠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꿈이라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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