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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유통 · 물류 · 금융업 채용 노려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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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올 하반기 대기업의 채용 경쟁률이 1백대 1을 넘는 경우가 속출하는 등 취업문이 어느 때보다 좁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 희망자들의 마음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취업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정규직만 고집하지 말고 비정규직 채용시장을 활용해 보라고 충고한다.

계약직이나 파견직으로 취업한 뒤 해당 회사의 정사원으로 채용되는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회사의 정규직에 지원할 때 유리한 고지에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시직 전문사이트를 운영하는 ㈜캐리어스의 서정규 사장은 "기업들이 갈수록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비정규직이라고 무턱대고 꺼릴 게 아니라 경력을 쌓아 돌아가는 길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물류직.고객상담직 수요 많아=비정규직을 많이 뽑는 분야는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 유통업계 물류직과 서비스 직종인 고객상담직 등 이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은 연말까지 물류직 등의 비정규직을 포함해 1천2백여명의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홈쇼핑.금융 업종 등에서는 고객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상담직을 많이 뽑고 있다. 엘지홈쇼핑.삼성카드.엘지캐피탈.CJ39쇼핑.현대홈쇼핑 등이 채용 중이다.

시스템 엔지니어.회계직.안내직 등도 인력 수요가 많은 편이다. 현대택배.CJ GLS.이마트.까르푸.올림푸스 코리아.사이먼.두산생활산업BG 등이 이 직종의 비정규직 인력을 뽑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나 일반 사무직의 경우는 수요에 비해 구직 희망자가 많아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아=수습사원을 일단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뒤 업무 자질과 인성을 판단해 정사원으로 채용하는 기업들이 많다. 효성.샘표식품.삼성물산.LG홈쇼핑.제이텔.웅진닷컴.동양캐피탈 등이 이런 방식을 쓰고 있다.

옥션에 근무하는 金모(24.여)씨는 지난해 12월 파견직으로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업팀에서 고객상담 업무를 하다가 올 9월 말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김씨는 옥션에 근무하기 직전 1년 동안 홈쇼핑 업체인 삼성몰에서 고객상담직으로 경력을 쌓았다.

그는 "비정규직이라 거부감도 있었으나 일종의 전문직인 만큼 경력이라도 쌓아두자는 생각에서 일에 충실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 채용정보 어디서 얻나=비정규직 채용정보는 인터넷 채용정보사이트나 인력 아웃소싱 전문업체인 잡이스(http://www.jobis.co.kr).잡라인(http://www.jobline.co.kr).아데코코리아(http://www.adecco.co.kr).인터비즈(http://www.interviz.co.kr) 등의 홈페이지를 활용하면 된다.

잡라인의 경우 이달 한달 동안 온라인에서 '임시직 채용박람회'를 진행하는 한편 15일에는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취업난 시대의 효율적인 임시직 활용과 경력관리'를 주제로 임시직 취업세미나도 연다.

◇ 주의점=파견직의 경우 인력파견 업체를 신중히 선택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인력파견을 합법화한 1998년 7월 이후 1천여 업체가 난립했지만 이 가운데 25% 정도는 파견 실적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취업 전문가들은 인력파견 업체를 선택할 때 ▶자본금 규모▶파견근로자 사용업체▶파견 실적▶파견 근로자 수▶교육훈련 체제 등을 먼저 살피라고 조언한다.

김남중 기자

*** 지방대 출신 양승해씨 인터뷰

*** 지방대 출신 양승해씨 인터뷰

"경력이라도 쌓을 욕심에서 비정규직을 마다하지 않고 취업부터 하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월 울산대 전자계산학과 졸업을 앞두고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일하다가 지난달 22일 정식 사원으로 승격된 양승해(28.사진)씨는 "취업난 시대에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길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취업이 잘 안되는 판이어서 지방대 졸업장으로는 취업을 꿈꾸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MS사를 소개받은 그는 회사측이 경력사원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하는 동안 능력을 인정받을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 비록 계약직이지만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계약직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할 경우가 많아 불안한 게 사실이지만 무턱대고 기피할 필요는 없다"며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을 골라 도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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