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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회담… 이산상봉 논의조차 못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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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소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9월 서울회담 이후 50여일 만에 열린 6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첫날부터 미국의 반(反)테러전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이로 꼬이고 있다.

김영성(내각 책임참사) 북측 단장이 "테러 사태와 관련한 남측의 비상경계 조치는 북측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홍순영(洪淳瑛.통일부 장관)남측 수석대표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해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북측이 평양방송을 통해 김단장이 남측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대목을 부각해 보도한 점도 마찬가지다.

회담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북측이 '남측의 해명이 있어야 경협 등 다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들고나와 출발부터 예감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새로운 의제를 꺼내기보다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재개 등 헝클어진 남북관계의 일정표를 다시 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적어도 5차 회담 때 합의한 수준에는 도달해야 본전을 찾을 수 있지만 북측의 태도를 감안하면 그 정도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데 정부의 고심이 있다. "40년 외교 생활에서 가장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는 洪수석대표의 언급(8일.기자간담회)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이달 하순께 4차 이산가족 방문단을 교환하자고 북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남측이 불안해 비행기를 못보낸다'던 북측이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는데 이를 번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북측이 금강산을 상봉장으로 제안해 올 가능성도 점치지만 시설.교통이 여의치 않은데다 선뜻 수용해도 될지 고민거리다.

군사당국 회담과 경의선(京義線)연결,금강산 육로 개설 등 다른 의제들도 모두 북한 군부의 양해가 필요한 사안이라 시원한 대답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여기에다 이미 한겨울인 금강산여관은 잦은 정전에 온수조차 나오지 않아 대표단이 인근 온천장에서 세면을 하는 등 불편까지 따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 식량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북측으로서는 정부의 30만t 쌀 지원 카드 등을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10일 회의부터는 제한적으로나마 회담 합의를 위한 구체적 논의에 호응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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