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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철새' 명성 잃을 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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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적 철새 도래지인 충남 서해안 서산 A.B지구 일대가 명성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올해 처음으로 서산 간척지에서 4백여 농민이 개별영농을 시작하면서 각종 농기계가 쉼없이 드나들고 일반인들의 출입마저 자유로워져 철새들의 안식처 역할을 사실상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밀렵이 성행하고 다양한 먹이를 제공하던 하천까지 오염된데다 간월호 내 모래섬에서 사철(砂鐵)채취도 이뤄지고 있다.

예년같으면 가창오리.큰기러기.쇠기러기 등 겨울철새들이 시베리아.몽골 등에서 날아들어 1~2개월씩 머물다 중국 등으로 이동했으나 올해엔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머무르는 기간도 2~4주일로 짧아졌다. 이때쯤이면 40여만마리가 관찰되던 철새가 요즘엔 절반으로 줄어 20여만마리 정도만 눈에 띈다.

지난 5월 현대영농사업소가 운영하던 경비실(두곳)이 없어지고 간척지로 연결된 진입로 10여곳이 모두 개방되면서 환경이 급속도로 변했다. 밀렵꾼 출입도 적지않아 겨울철새 박제품이 벌써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철새들을 뭍짐승의 공격에서 보호해주던 간월호 내 모래섬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도 문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2월 李모씨에게 와룡천 인접지역 5백여㏊에 대한 광업권을 내줬다. 이에 서산시는 등록취소를 요청했으나 "현행 광업법상 광물질이 존재하는 지역이면 등록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조류연구가 김현태(35)씨는 "해미천과 간월호 인접 도로에 대한 출입을 농한기인 겨울 동안 만이라도 통제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하천과 도로 사이에 둑을 높게 쌓아 소음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수만 일대에는 황새.흑두루미 등 천연기념물과 가창오리.검은머리갈매기 등 멸종위기에 놓인 2백20여종의 철새가 매년 50여만마리 찾아드는 동북아 최대의 철새도래지다. 특히 가창오리는 전세계 개체수 90% 이상인 20여만마리가 매년 이 곳에서 겨울을 난다.

서산=조한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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