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TO 체질로 개선'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9~13일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중국의 가입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이 이에 맞춰 발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 WTO 가입 이후를 대비한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최근 각 대학에 "3년 이내에 교과 과정의 10%를 영어로 수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긴급 통지를 보냈다. WTO 가입으로 열릴 국제화 시대에 대비한 조치다.

지난 7월 상하이(上海)시 정부는 자본금이 2백만위안을 넘는 기업은 외국과 직접 무역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 조치로 무역권을 얻은 19개 기업 중 15개가 사영(민간)기업이었다.

중국의 민간기업들은 이제 규제완화를 통해 국유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에 있는 신화(新華)서점의 1층에는 WTO 코너가 설치돼 『WTO와 중국금융업 미래』등 무려 1백20여종의 관련 서적들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중국인들은 WTO 가입을 '제2의 개혁개방' '혁명' 등으로 부르며 거센 변화의 바람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측은 WTO 가입에 따른 변화를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장샤오지(張小濟)박사는 "2005년까지 약 1천억달러의 외자가 추가 유치될 것"으로 전망하고 "각종 규제가 철폐되면 노동 집약적인 섬유.전자 부문의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WTO 가입으로 투자 환경이 투명해져 외자 유입이 크게 늘고 제품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최근 WTO 가입 이후 매년 중국 GDP가 2.94%씩 성장하고 생산액은 2천4백억위안이 증가하며 1천1백76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중국과학원의 후안강(胡鞍鋼)연구원은 "이같은 긍정적인 변화는 중장기적인 전망일 뿐"이라며 "단기적으론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중국 전문가들은 WTO 가입을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얻는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관건은 중국이 단기적인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계획경제의 잔재를 떨치고 국제경제 질서에 편입해 진정한 시장경제를 추구해야 하는 시점을 맞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