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박정상-마샤오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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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싱싱한 朴2단-노련한 馬9단

제1보 (1~15)=1995년 세계대회 2관왕에 올랐을 때만 해도 마샤오춘 9단의 빠른 발과 날카로운 수읽기 능력은 감히 상대할 자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창호9단은 馬9단의 바둑을 아주 천천히, 완벽하게 해체해버렸다. 처음 일진일퇴하며 팽팽하게 나가던 李-馬 결전은 李9단이 10연승으로 압승을 거두게 된 것이다.

바둑계의 고수들은 한결같이 馬9단을 '대단한 실력자'로 인정한다. 비록 李9단에게 10연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내용은 5대5라 할 만큼 팽팽했다는 것이다.

과연 馬9단은 16강전에서 지난해 우승자인 유창혁9단을 꺾고 당당 8강에 올라왔다.

그와 맞서는 박정상2단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17세 소년.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일본의 본인방 왕밍완(王銘琬)9단과 중국이 최강의 신인으로 자랑하는 구리(古力)5단을 연파했으니 산전수전 다 겪은 馬9단이지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7의 중국식은 馬9단의 애용 포진. 흑9는 馬9단의 특기인 가벼운 발걸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朴2단은 "10으로 눌러 기분 좋았다"고 밝히고 있다.

14는 대세의 요소. 그렇다면 흑이 먼저 '가'를 선수할 수는 없을까.朴2단은 '참고도'를 보여준다. 백10까지 진행되고 보면 흑1과 백2의 교환이 악수로 변한다는 것. 그 수순이 없다면 흑A가 좋은 수가 되는데 지금은 마땅한 응수가 없다는 것이다.상당히 고급의 해설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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