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희망봉’ 가는 길, 넘어야 할 고개 3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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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변수 1:부상=부상자 없는 월드컵은 없었다. 98 프랑스 월드컵 때 주전 공격수 황선홍은 그라운드에 서지도 못했다. 대회 직전에 열린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제외됐다. 2002년에는 이영표가 허벅지 부상으로 조별리그 1, 2차전에 결장했다. 독일에서는 박지성과 김남일이 부상 회복을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였다.

이번 대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미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주전 공격수 박주영(모나코)은 허벅지가 완전하지 않아 소속팀의 잔여 경기 일정을 끝내지도 않은 채 일찍 귀국했다. 박지성도 허벅지 타박상으로 시즌 막판 세 경기를 빠졌다.

김호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은 “평가전을 치르면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주전과 후보의 격차를 줄이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수 2:네 차례 평가전=2002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은 스코틀랜드를 4-1로 완파한 기세를 몰아 잉글랜드와 1-1로 비겼고, 당시 세계 최강이던 프랑스에는 2-3으로 졌지만 선전했다. 이 기세를 살려 월드컵 4강까지 치고 올라갔다. 당시 코치였던 현 대표팀 정해성 수석코치는 “잉글랜드·프랑스 선수들과 싸워봐서 그런지 조별예선 첫 경기인 폴란드전 때 우리 선수들의 자신감이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반면 2006년에는 세네갈·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노르웨이·가나 등 무난한 상대를 골랐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은 가나뿐이었다. 평가전 성적은 1승2무1패. 당시 대표팀의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이 제안한 평가전을 거절했다. 단시간에 대표팀을 안정시키는 능력은 있었지만 모험정신은 없었다. 대회 전 신바람을 타지 못한 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허정무 감독은 히딩크식을 택했다.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24일 긴장감 넘치는 한·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5월 30일 벨라루스전을 거쳐 6월 3일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스페인과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허 감독은 “우리가 손해볼 건 없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 한·일전의 여파는 무시할 수 없다. 스페인전 결과가 나쁘면 역효과도 생길 수 있다.

◆변수 3:남은 숙제=경기와 이동일을 제외하면 훈련할 수 있는 날은 20일 정도다. 이 사이에 남은 숙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골 결정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부상한 박주영과 염기훈(수원)의 감각은 떨어져 있다. 이근호(이와타)는 올 시즌 단 한 골에 불과하다. 허 감독은 지난달 30명의 예비 명단을 발표하며 “에콰도르전부터 공격수들이 분발해 주길 바란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직 불안함이 남아 있는 수비 라인의 재정비도 숙제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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