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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시 문학관 개관… 고창에 유품 1만여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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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 가을에 오신 손님 이 세상에서/제일로 쓸쓸한 신발을 신고,/이 가을에 오신 손님 이 세상에서/한 송이 코스모스 얼굴이 되네./이 가을에 오신 손님 이 세상에서/또 다시 저 혼자서 떠나서 가네." 시 '이 가을에 오신 손님'에서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1905~2000)시인은 비오고 나뭇잎 떨어지는 이 쓸쓸한 계절을 이렇게 노래했다.

살아서 큰 슬픔을 가을 햇살의 코스모스 색깔 같이 환하게, 그러면서도 조금은 쓸쓸하고 서럽게 노래하다 떠난 미당. 그의 시를 기념하기 위한 미당 시문학관이 미당의 고향인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에 세워져 지난 3일 개관식을 했다.

미당 시문학관은 고창군이 10억원을 들여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축해 전시실과 영상실.세미나실.휴게실 등을 갖춘 종합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전시실에는 육필 원고를 비롯해 사진 자료와 서적 등 미당의 손때가 묻은 유품 1만여점이 전시됐다.

특히 그의 고향 질마재는 물론 러시아 등 세계 여행을 하며 짚고 다니던 지팡이와 즐겨 썼던 모자 등에서는 다시 금방 시가 나올 듯하다.

기념관은 미당의 생가 옆, 산소를 마주 보는 자리에 위치해 삶과 죽음을 구분 없이 넘나들던 미당의 시세계를 그대로 기념할 수 있게 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문인 및 전북 관계인사 1천여명이 참석해 기념관 곳곳을 둘러보고 미당 시를 낭송했다. 신세훈 문인협회 이사장은 "생가와 묘소를 함께 한 문학기념관은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미당 시문학관이 시심의 고향으로 영원히 남길 바란다"고 했다.

이호종 고창군수는 "미당 시문학관은 우리나라 시문학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자료를 수집, 보완해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관으로 가꾸겠다"고 밝혔다.

이날 개관 행사에 맞춰 1941년 펴낸 미당의 첫시집 『화사집(花蛇集)』이 출판사 문학동네에 의해 복간돼 봉헌됐으며 문학평론가 김화영씨가 미당의 주옥같은 시 90여편을 새로 엮은 『미당 서정주 시선집』(시와시학사.1만2천원)도 출간됐다.

고창=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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