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공습 한달] 흔들리는 지지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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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은 탈레반과 탄저균 외에 '반전 여론'이라는 또 하나의 힘겨운 상대를 마주하고 있다.

뉴스위크가 3일 발표한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72%의 응답자가 미국의 공습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직은 압도적 다수가 전쟁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주일 전보다 3%포인트, 그 전주에 비해서는 6%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이 조사에서 33%의 응답자가 공습효과에 의문을 제기했고, 대규모 지상군 투입에 찬성하는 의견은 40%에 그쳤다.

지난달 27일 워싱턴.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반전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그달 중순엔 1960년대 베트남 반전운동의 메카였던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시의회가 반전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5일 "아직은 9월 11일의 충격 때문에 억제되고 있지만 지식인과 언론의 주도로 걷잡을 수 없는 반전바람이 불 수도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해외에서의 반전 여론은 더욱 거세다. 이슬람 국가의 반미 시위대 수는 나날이 불어나고 유럽에서도 전쟁의 효과와 목적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2일 12명의 영국 젊은이들은 런던의 국제개발부 청사를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공습 중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추가 식량지원을 촉구했다. 전날엔 집권 노동당 내 반전파 의원들이 의회에서 공습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을 요구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좌파 정치세력과 종교.노동단체들을 중심으로 반전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현장발 외신들도 "탈레반 병사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숨졌다"고 보도해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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