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시, 북핵 포기 땐 안전보장 약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및 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노 대통령이 환영 나온 이해찬 총리(左),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右) 등과 함께 공항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가 껴안을 것이고 안전보장 약속은 반드시 이행될 것'이라고 분명히 언급했다"고 말했다. 숙소인 카할라 만다린호텔에서 열린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는 북한에 성의 있는 대화를 촉구하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미가) 순서와 절차를 놓고 기싸움을 하는 게 아닌가 싶고 협상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확보하려는 게임이 계속될 것"이라며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잘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미 정상회담 평가=노 대통령은 "말을 들을 때는 남을 의심하지 말고 진의를 선의로서 신뢰하고 들어야 한다"며 "부시 대통령의 말은 6자 회담의 틀에서 대화하고 협상하고 합의할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한.미 간 시각차가 있다고 보는 해석을 차단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취임 전까지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 입에서 무력 공격의 필요성이 거론됐으나 그 다음에 평화적 해결로, 그 후에 대화에 의한 해결로 바뀌었다"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변화한 과정도 열거했다.

◆ 'LA 발언' 해명=노 대통령은 '북핵이 자위(自衛)수단이란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발언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미 정부의 입장이 왜곡돼 전달되면서 한국 내에 미 정부가 강경으로 간다고 보려는 경향이 있고 미국에서도 6자 회담의 틀이 깨질 것이란 글들이 나오고 있었다"며 "여기에 대해 한국 국민의 보편적인 인식을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미 정부는 아무런 오해가 없었던 듯하다"고 했다.

한.미 관계와 관련해선 "잘 가야 하지만 때로는 좀더 대등한 관계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와 싸울 때는 이해관계와 입장이 다를 경우 따질 건 따지고 할 말은 해야 하지만 미국민의 정서와 가치는 존중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양국 국민의 정서가 협력하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며 "언론도 이간질을 해선 안 되고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 "대통령은 욕 많이 먹는 자리"="하는 일이 제동 걸려 마음이 아플 것 같다"는 동포의 질문에 노 대통령은 "섭섭하고 힘 빠질 때가 있지만 괜찮다"며 "대통령이 하는 일은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욕먹는 것"이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당분간 많이 싸우고 대통령도 욕 좀 먹으면서 상대와 공존하는 정치훈련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담회 후 노 대통령은 반기문 외교장관, 한승주 주미대사, 청와대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정우성 외교보좌관, 윤병세 NSC 정책조정실장 등 외교안보팀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노 대통령은 11박12일간의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치고 23일 밤 귀국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