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분 '차기' 맞물려 반전 거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내분 사태는 반전(反轉)의 연속이다.

이해 관계가 상충하는 동교동계와 쇄신파, 청와대와 당 지도부, 그리고 차기 주자들은 국면마다 새로운 이슈를 내놓으면서 흐름을 바꿔나갔다. 새로운 쟁점이 또 다른 쟁점을 삼키는 '이슈 싸움'의 양상이다.

갈등의 기폭제는 '조기 가시화론'. 10.25 재.보선 패배로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자 다음날 한광옥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획기적인 당정 개편▶정치 일정 논의 개방 등을 건의했고, 청와대는 부분적인 수용 의사를 밝혔다.

선두 주자군인 이인제.노무현 최고위원은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김근태.정동영 최고위원은 "후보 가시화론은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을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과 함께 초.재선 그룹은 즉각적인 당.정.청 개편을 골자로 한 '선(先)쇄신론'을 제기했다.

특히 새벽21은 권노갑.박지원씨의 정계 은퇴와 韓대표의 퇴진을 촉구해 큰 파장을 불렀다. 인적 쇄신론이 정국을 주도하면서 정치 일정 논의(후보 조기 가시화론)는 잠복했다.

韓대표와 중도개혁포럼(회장 정균환 총재특보단장)이 꺼내든 새 카드는 당.정.청 쇄신과 전당대회 일정을 특별기구에서 논의하자는 제안이었다.

이후 민주당은 특별기구에 찬성하는 그룹(청와대 일부+韓대표+동교동계 구파+이인제.노무현)과 반대하는 그룹(김근태.정동영+쇄신파)으로 양분됐다. 한화갑 최고위원은 쇄신파 쪽으로 기울었다.

양측이 팽팽히 대치하는 가운데 지난 1일 당무회의에서 김옥두 의원과 정균환 단장이 최고위원들을 공격하자 쇄신파의 정동영 최고위원은 사퇴를 선언했다. 동교동계의 반격을 지렛대로 삼아 즉각적인 당정 쇄신을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韓대표가 긴급 소집한 2일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최고위원 전원 사퇴로 방향이 잡혔고, 지도부 공백상태가 된 것을 계기로 '내년 1월 전당대회에서 새 최고위원을 뽑고,6월 지방선거 후 대선 후보를 뽑자'는 2단계 전당대회론이 부상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교동계를 옹호하는 자세를 견지해오던 이인제 위원이 '음모론'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