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교사 절반 다시 학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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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초등교원 수급대책으로 '기간제 교사 대폭확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교단의 고령화,교대 교육여건의 악화라는 또 다른 난제(難題)와 씨름하게 됐다.

교육부가 2일 발표한 대책은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 초등전환 인원을 대폭 줄이고,교육기간을 늘리는 대신 대개 1년단위로 계약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를 대폭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동맹휴업에 돌입하는 등 집단 반발해온 교대생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셈이다.

그러나 정년 단축 이후 교단을 떠났던 명예퇴직 교사의 절반 가까이를 다시 기간제로 불러들이는 데 대해서는 교원 정년단축의 명분이었던 교단의 물갈이.신진화에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로서 2003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감축하기로 한 범정부 차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50세 전후의 임시교사에게 자녀를 맡겨야 하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교대가 한꺼번에 받아들여야 하는 편입생 숫자가 2천5백명으로 줄긴 했지만 교실당 학생수가 80명에 육박하게 돼 교육여건이 악화되는 것도 부담이다.

◇ 자주 바뀌는 충원계획=2003년까지 학급 당 학생수 감축계획에 따라 초등 교원은 2002년과 2003년 2년간 교대 졸업자 1만7백79명을 모두 임용해도 4천7백71명이 부족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 9월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 3천9백45명을 교대에서 1년간 70학점을 이수하게 해 2003년에 임용하는 이른바 교대학점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교대생들이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한다"며 극심하게 반발하자 학점 이수기간을 20개월로 늘리고 양성규모를 다소 줄이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 안에 대해서도 반발이 여전하자 교대 및 교대생측에서 요구한 2년간 학사편입제를 수용하게 됐다.

◇ 교단 고령화 우려=기간제 교사는 정년단축.연금파동으로 교사 부족이 극심했던 지난해 전국적으로 7천1백86명이었으나 올해는 크게 줄었다가 2003년엔 다시 사상 최대 규모인 7천6백98명으로 다시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기간제 교사로 채용되는 사람 중에는 50대 전후의 고령자가 다수 포함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들 모두가 담임을 맡게 된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영어.예체능 등 교과전담 교사도 담임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당장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 교대 교육여건 악화=현재까지 교대의 학사편입학 규모는 3학년 정원(4천7백여명)의 20%인 9백40명 안팎이지만 여기에 정원의 50%가 넘는 2천5백여명이 추가로 들어온다. 편입생 수가 전체 학생 수의 73%에 달하는 기현상이 빚어져 교실 당 학생수가 80명을 육박하는 '콩나물 교실'이 교대에 나타난다.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와 전교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 "현재의 교대 여건을 볼 때 2천5백명 증원은 불가능하므로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강홍준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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