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성은 골, 청용은 상 … 깔끔한 시즌 마침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맨유 박지성과 볼턴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 2009~2010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왼쪽 사진은 박지성이 지난 3월 풀햄전 후 관중 응원에 박수로 답례하는 모습. 오른쪽은 이청용이 지난해 10월 에버턴을 상대로 골을 넣고 활짝 웃는 장면. 이청용은 10일 구단 최우수선수 로 뽑혔다. [중앙포토]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22·볼턴 원더러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09~2010 시즌 대장정을 끝냈다. 둘 모두 피날레가 좋았다. 박지성은 10일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스토크시티와의 홈경기에서 골을 터트리며 4-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청용은 같은 날 홈구장 귀빈실에서 열린 구단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 선수가 뽑은 최고 선수, 톱3 플레이어, 최고 영입 선수 등 4개 분야를 석권했다. 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있기에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좌우 날개를 맡게 될 두 선수는 11일 오후 귀국해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한다.

◆시즌 4호 골로 유종의 미 거둔 박지성=박지성은 지난달 11일 블랙번과의 경기 후 3경기 연속 결장했다. 경기 중 슈팅을 하다가 상대와 부딪쳐 가벼운 부상을 당해서였다. 퍼거슨 감독은 스토크시티와의 최종전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32분, 루니를 빼고 박지성에게 시즌을 마무리할 기회를 줬다. 박지성은 투입된 지 7분 후 긱스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해 팀의 4-0 승리를 완성했다. 과감한 문전 쇄도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하지만 리그에서 승점 1을 앞서던 첼시도 위건을 8-0으로 꺾는 바람에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4시즌 연속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박지성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골,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1골 등 모두 4골을 넣었다. 그중 3골이 아스널·리버풀·AC 밀란 등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터트린 골이었다.

지난해까지 박지성은 영국 언론이 수비형 윙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그림자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훨씬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없는 맨유의 새로운 전술에서 생존하기 위해서였고 이번에도 훌륭하게 적응했다.

올 시즌 초 박지성의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무릎에 물이 차 두 달 넘게 공백기를 가졌다. 무릎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박지성은 남아공 월드컵을 전후해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누구보다 큰 선수다. 전쟁 같은 시즌을 마치고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박지성은 “한국에 가면 미용실에 들를 시간도 없이 대표팀에 합류한다. 휴식은 대표팀에 들어간 후 생각하겠다”고 대표팀 주장다운 포부를 밝혔다.

◆볼턴 MVP로 뽑힌 이청용=볼턴은 버밍엄과 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이청용은 2-0으로 앞서던 후반 11분 바이스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나섰다. 골은 넣지 못했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리그 종료 휘슬을 들었다. 지난해 8월 프리미어리그 볼턴에 갓 입단했을 때 이청용이 이토록 멋지게 시즌을 마칠지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5골·8도움.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이다. 데뷔 첫해에 박지성(2골·7도움), 설기현(4골·5도움)의 기록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경기가 끝난 후 볼턴 선수단은 말끔한 감색 양복으로 갈아입고 홈구장 귀빈실에서 열린 구단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청용 리’였다. 최고의 영입 선수는 충분히 수상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구단 MVP에 해당하는 최우수 선수상은 뜻밖이었다. 이청용은 “최우수선수상도 좋지만 선수들이 투표로 뽑아준 상을 받아 너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청용과 최우수선수상을 두고 경쟁한 케빈 데이비스도 이청용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다. 지난해 8월 볼턴으로 이적할 때 이청용의 이적료는 200만 파운드(41억원)에 불과했다. 지금은 3~4배나 껑충 뛰었다. 맨유에 버금가는 명문구단 리버풀이 이청용 영입을 위해 800만 파운드(164억원)를 준비하고 있다는 영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이청용이 올 시즌 워낙 잘한 것도 있지만, 그런 이청용을 잡아두기 위해 볼턴 구단이 상을 무더기로 안겼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해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