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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광석 자원 무기화 가속…5~10년 후 ‘철강 쇼크’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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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첫째는 최근의 전례 없는 철광석과 원료탄의 가격상승이 철강회사들과 그 고객들의 수익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많은 나라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둘째는 주요 자원회사들이 철광석 가격 결정방식을 연간계약에서 일방적으로 분기별 계약으로 바꿈으로써 철광석 가격과 철강 스크랩 가격의 안정성을 크게 해칠 것이며 이것이 전체 철강 공급사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는 철광석시장이 3개사(브라질 발레, 호주의 리오 틴토 및 BHP 빌리턴)로 이미 과점화된 상황이라 각국의 경쟁당국은 이들이 더 이상 협력하는 데 반대하는 게 확실하며 현재의 시장집중 문제도 철강소비자와 전반적인 사회의 관점에서 들여다 볼 것이다.”

◆자원국으로 넘어간 협상파워=올 2분기(4~6월)는 지난 2월까지의 3개월간 현물가격의 평균치를 산출, 그 가격으로 판매가가 정해졌다. 2분기 이후는 4분기마다 3개월 평균치를 사용하기로 했다. 철강메이커와 자원메이저 간의 가격개정은 지난 20년간 연 1회 벤치마크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로써 신일본제철, 포스코 등(철강메이저)과 브라질 발레 등(자원 메이저)의 파워균형이 붕괴돼 철광석 가격은 올 2분기 t당 105달러로 작년 대비 90%나 올랐다. 과거 최고치다. 지금까지는 철강기업과 자원기업의 교섭은 가격변동을 양측이 흡수하는 상호이익주의를 원칙으로 했으나 2000년대 들어 신흥개도국의 대두로 균형이 무너진 것. 여기서도 중국변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지난해 조강생산량은 5억7000만t으로 세계 생산의 절반 가까이 됐다. 전년비 증가분만으로도 포스코 연간생산량의 두 배를 훨씬 넘는 7000t을 기록했다. 철강 선진국을 압도하는 구입선의 출현으로 철강원료는 판매처의 시장으로 변했다. 실제로 발레의 지난해 철광석 판매량은 중국이 57%를 차지했고 신일철은 9%에 불과했다.

세계 철강수요가 정점에 달했던 2007년께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 미탈에 의한 기업매수공세가 철강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꾼 것도 철강원료 가격폭등을 야기한 큰 요인 중 하나다.

한편 철광석의 경우 세계 해상 무역량의 약 30%를 발레가 차지했고, 리오 틴토와 BHP 빌리턴이 합쳐서 약 40%를 지켰다. BHP는 원료탄에서도 세계 셰어의 30%를 갖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 원료탄 가격도 2분기에 전년비 55%나 올랐다.

◆철광석 가격 5배의 시대=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위기로 원유가격은 배럴당 2달러에서 20배인 40달러로 뛰어 올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세계 셰어는 5할을 넘어섰다. 일본 고베제강소는 지금 발레 등 자원메이저 3사의 합계가 7할 가까이 철광석 셰어를 쥐고 있어 철광석 가격이 5~10년 후 5배로 뛰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세계철강협회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철강재의 소비량은 전년비 10.7% 증가, 약 12억4090만t으로 2007년의 과거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수요는 전년비 6.7%, 중국 이외의 수요는 14.4 %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도 세계 수요는 올해보다 5.3% 늘어난 13억62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중국 이외의 수요는 올해, 내년 모두 2007년 수준을 하회하는 등 수요가 늘어나는 신흥개도국과 회복도상에 있는 선진국이 다른 양상을 나타낼 전망이다.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철광석 수입량이 작년과 같다고 가정할 때 철강, 전력, 화학, 자동차, 전자·전기산업 등을 포함해 일본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담은 전년비 7000억 엔(약 8조원) 늘어나며, 석탄과 원유 가격 상승까지 감안하면 일본 경제에 대한 부담은 3조3000억 엔에 달할 전망이다. 게다가 생산회복이 이뤄져 수입량이 10%만 늘어도 부담증가는 5조 엔에 이르러 일본 기업의 영업이익을 8% 정도 낮출 만큼 큰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반면 자원메이저 3사는 올해 이익이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망했다.

◆‘백화제방’형 생존 전략=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현재 펼쳐지고 있는 각국의 전략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자원메이저와 철강메이저의 신뢰 회복이다. 지난해 일부 철강사가 연간 계약을 지키지 않고 구입정지 및 값싼 철광석 조달로 나서는 바람에 광산 측이 일방적으로 손해 봤다는 그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신일철과 손잡고 시장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둘째는 기존 광산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겨냥한 자원개발과 자원기업의 지분 확보다. 셋째는 저품위의 철광석을 사용하거나 효율 높은 신용광로를 개발해 자국 또는 개도국에서 가동하는 것이다. 넷째는 철강 녹색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작성한 ‘철강산업의 금후 방향성과 액션 플랜’에서 ▶국내 경영기반 강화 ▶신흥 개도국의 수요 개발과 지원 ▶원료 문제의 해결 ▶지구온난화 문제 대응 등 4개 항목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품질경영, 연구개발, 개도국 금융지원, 대형 항만 인프라 정비, 신형 코크스로와 같은 최첨단 에너지 절약기술 도입 등 민·관·연 종합전략을 추진 중이다.

곽재원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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