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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보건 사각지대…4곳중 3곳 간호·조산사 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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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산모들이 몸조리를 위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으나 이에 대한 시설.자격기준 등을 규정하는 법령이 없는 데다 점검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상당수 산후조리원들은 간호인력과 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아 산모나 신생아가 질병에 감염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 실태=31일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98년부터 늘기 시작한 산후조리원은 99년 2백26곳에서 올해 3월 말 현재 3백4곳으로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84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 74곳▶대구 26곳▶부산 23곳 순이다. 이용요금은 2주에 84만여원으로 연간 65만명의 산모 중 10%인 6만5천여명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산후조리원(평균 20여명 수용)에서 일하는 간호사.조산사는 모두 70여명으로 산후조리원 네곳당 1명꼴에 불과, 대부분 의료상식이 없는 일반인이 산모와 영아들을 돌보고 있는 실정이다.

6명의 신생아가 설사.구토 증세를 보이고 1명이 숨진 일산신도시 H조리원의 경우 산모실 15개를 두고 신생아실 한곳에서 아기들을 관리하고 있는데, 간호사.영양사는 한명도 없고 원장과 직원 3명, 아르바이트 간호조무사 1명 등 5명이 근무해 왔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 H조리원에서 몸조리 중이던 郭모(33)씨가 뇌출혈로 실신한 것을 조리원측이 8시간 방치해 사망했으며, 경기도 기흥에서는 생후 2주 된 여아가 숨진 사고가 발생했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초 산모 4백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생아의 4.6%, 산모의 3%가 조리원에서 감염 관련 피해를 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문제점=현행법상 산후조리원은 서비스 자유업으로 분류돼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영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이나 지자체에 신고나 등록할 필요가 없어 찜질방이나 여관건물 등을 개조해 영업하는 곳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이들 업소에 대한 감독이나 점검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리원의 위생상태나 종사자들의 건강진단, 의료법 위반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수용인원이 50명 이하여서 공중위생법 적용도 불가능하다.

◇ 대책=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 박사는 "산후조리원의 시설.인력.점검 기준 등을 법규로 명문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전국 7천명에 이르는 조산사를 의무고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이들 업소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 제정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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