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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장애인 영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장애인 학생들을 모아 영어를 가르치는 서강대 경영학과 전준수(全埈秀)교수의 미담이 감동을 주고 있다.

외국어 구사능력이 취업의 필수요건이 되고 있지만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배울 수 있는 학원은 거의 없어 본인이 나섰다고 한다. 장애인이 받는 제약이 상상 외로 많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7월4일생'은 베트남전에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이 주인공이다. 성욕은 느끼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 주인공의 처지를 묘사한 장면은 보는 이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처절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지체장애인은 드물 것이다. 영화관의 좁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는 이들에게 성벽과도 같기 때문이다. 사실 장애인들은 영화 한 편을 보기도 쉽지 않다. 청각장애인이라면 자막이 붙은 외화는 볼 수 있겠지만 정작 요즘 인기를 더하고 있는 한국영화는 볼 수 없다. 집에서 비디오를 볼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 커다란 화면을 보며 영화 속으로 푹 빠지는 재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스위스 남부의 로카르노에서 매년 8월 열리는 국제영화제는 장애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주요 작품들을 시 중심지의 피아자 그란데(대광장)에서 야외 상영하기 때문이다. 광장이니만큼 휠체어의 출입이 쉽다.

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로망스어 등 네 가지 언어가 공용어인 스위스에서 열리는 영화제답게 모든 상영작은 적어도 두 가지, 많으면 네 가지 언어로 자막처리가 돼있다. 이 때문에 영화제 기간 중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지에서 많은 청각장애인이 이곳으로 휴가를 온다.

한국에선 뜻있는 사람들이 장애인 영화제(http://www.pdff.co.kr)를 만들었다. 이달 중순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제2회 행사가 열렸다. 장애인이 인기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다.

장애인 영화제 주최측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한국영화에 한글 자막을 붙였다. 일부 작품을 상영할 땐 화면을 말로 설명해 시각장애인도 즐길 수 있게 했다. 휠체어를 위한 공간도 넓게 마련해 지체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장애인 영화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니 이런 글이 보인다. "네가 많이 가졌다면 너의 재물을 나눠주어라. 조금 가졌다면 마음을 나눠 주어라-아랍 격언."

채인택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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