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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필하모닉 내한 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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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숀 코너리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영화 '엔트랩먼트'에서 악당과 추격전을 벌이던 곳이 어딘지 아시는지.

바로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나스가 콸라룸푸르에 지은 높이 4백52m의 88층짜리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다.

이 빌딩이 한창 올라가던 도중 갑자기 설계가 변경되는 일이 벌어졌다. 페트로나스측이 쌍둥이 빌딩 사이에 콘서트홀을 짓겠다고 나선 것.

여기엔 사연이 있다. 사실 페트로나스가 먼저 구상한 것은 오케스트라 창단이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인 미국 IMG에 자문을 구했고, IMG는 음악감독으로 추천한 네덜란드 출신의 키스 베이클을 추천했다.

그런데 베이클은 수락조건으로 페트로나스에 전용 콘서트홀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바람에 설계도에도 없던 콘서트홀 '페트로나스 필하모닉홀'이 쌍둥이 빌딩 사이에 들어서게 됐다. 1998년 8월 17일 페트로나스 필하모닉홀 개관과 함께 말레이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PO)가 창단 후 첫 연주회를 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16)양이 개막공연에서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협연했다.

창단 3년 만에 '동남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급부상하고 있는 MPO가 서울에 온다. 99년 옆집이나 다름없는 싱가포르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제외하면 창단 후 첫 해외 나들이다. 한국(쌍용건설)과 일본이 페트로나스 빌딩의 시공을 맡은 인연으로 순회공연을 나서게 된 것이다.

MPO의 단원 규모는 1백5명. 호주.헝가리.체코.일본.중국.베트남 등 25개국에서 온 다국적 연주자들로 구성됐다.1년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실시한 오디션으로 선발된 이들 중엔 오케스트라 생활이 처음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경력자들이다.

더블베이스 수석주자 볼프강 슈타이크는 베를린 필하모닉 출신이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채준희(33)씨가 더블베이스를 연주한다. 단원의 연봉은 4만~5만달러(약 5천2백만~6천5백만원). 외국 단원들을 위한 주택보조금은 별도로 지급한다.

말레이시아 출신 치안시우이가 전임지휘자를 맡았고, 부지휘자(케빈 필드)도 있다. 사무국 스태프도 60여명이나 된다.

말레이시아 단원은 5명뿐이다. 말레이시아에는 말레이시아 필하모닉을 포함해 현재 4개의 민간 오케스트라가 활동 중이지만 모두 80년대 이후에 창단됐다. 아직 정규 음악대학은 하나도 없고 단과대와 음악원에서 서양음악을 가르친다.

페트로나스 필하모닉홀에서 연간 1백여회의 공연을 하는 MPO는 매주 3일 연습,3일 공연, 하루 휴식이 원칙이다. 바로크에서 현대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MPO는 요즘 말러 교향곡 제8번과 브루크너 교향곡 제8번을 연습하고 있다.

관현악은 물론 단원들로 구성한 실내악단의 공연도 열고 있으며, 학교 방문 콘서트 등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아지잔 자이눌 아비딘 페트로나스 회장은"오케스트라를 위해선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가 돼 있다"며"오케스트라는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이 아니라 공공 서비스"라고 말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공연메모:MPO 음악감독 키스 베이클의 지휘로 도호 음대와 네덜란드 슈베링크 음악원에서 수학하고 9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도다 야요이(33)가 협연한다. 베를리오즈의'해적 서곡', 브루흐의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g단조',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 e단조'등. 11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8-8277.

*** 페트로나스 필하모닉홀은…

트윈 타워(사진) 사이에 위치한 페트로나스 필하모닉홀(8백85석)은 말레이시아 최초의 콘서트홀이다. 총공사비는 6천만달러(약 7백80억원).

런던 바비칸홀.보스턴 심포니홀.카네기홀.시카고 심포니홀의 음향 개보수와 탱글우드 세이지 오자와홀 음향설계를 맡았던 미국 커그가드사가 설계했다.3층 구조며, 29개의 박스석에는 각각의 리셉션 룸이 딸려 있다.

가장 큰 특징은 15t짜리 패널 7개로 구성된 이동식 천장과 잔향실이 부착된 벽면으로 잔향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 오케스트라 공연은 물론 실내악.독주회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천장 높이는 16.8~22.9m.

쇼핑센터.트윈 타워와 완전히 분리돼 거의 완벽하게 외부 소음을 차단했으며 런던 에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레코딩 설비공사를 맡아 음반 녹음은 물론 벽면에 붙박이로 설치된 19대의 카메라를 통해 생방송도 가능하다. 무대 중앙에는 말레이시아 최초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독일 클라이스사가 제작한 44스톱(파이프 2천8백77개)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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