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발 표심 이동 미미 … 북풍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6.2지방선거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이슈로 무엇을 꼽을까. 패널조사 결과 광역단체장 선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이슈는 무상급식(74.8%)이었다. 이어 4대 강 개발(63.3%), 세종시 건설(57.6%),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53.9%), 천안함 사건(48.1%),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40.3%) 순으로 나타났다. 무상급식이 1위로 꼽힌 건 논쟁의 핵심을 이해하기 쉽고, 정책 결과가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4대 강과 세종시는 그 중요도에 비해 정책 득실을 계량하기 어려운 데다 국민 다수는 장기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특히 천안함 사건의 영향력이 여야를 불문하고 높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유권자 33%가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점에서 이 사건이 선거에 미칠 효과가 결코 작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천안함=북풍’이란 변수가 집권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흥미롭게도 쌍방향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여당 지지로의 변화가 야당 지지로의 변화에 비해 다소 높기는 하지만 표본오차를 고려하면 거의 차이가 없다. 현재까진 집권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천안함 사건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 지지층도 동시에 결집시키고 있다. 상당수 유권자는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38.4% , 민주당 지지자의 38.7% 가 새로 유입됐거나 기존 지지를 강화했다. 천안함 사건이 여야의 지지세 강화를 서로 상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이현우 서강대 교수

‘중간 평가론’ 먹힐까

역대 지방선거는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녔다. 6·2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역시 ‘이명박(MB) 정부 심판론’이다. 이번 패널조사에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야당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에 응답자의 49.9%가 공감을 나타냈다. 2006년 패널조사 때도 당시의 노무현 정권 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여론이 49.8%였다. 정권 심판론이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건은 이번에도 마련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2006년처럼 야당(당시엔 한나라당)으로의 표 쏠림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MB 정권 심판론을 상쇄하는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7.8%로 높은 편이다. 여당인 한나라당 지지율이 야당인 민주당을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상황도 2006년 때와는 다른 점이다. 정권 심판론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광역단체장 정당 후보 지지율에서도 한나라당이 앞서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 지지는 34.8%, 민주당 후보 지지는 19.6%다. 다른 군소정당 후보들의 지지는 모두 합쳐도 10% 정도다. 변수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32.6%)의 움직임이다.

정권 심판론의 작동을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천안함 사건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등으로 인한 안보 위기의식 고조다.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의 관심이 천안함 사건에 집중되면서 4대 강 등 다른 선거 쟁점은 거의 묻혀버린 상태다. 안보 불안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건 야당으로선 고민거리다.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23일)가 보탬이 될 수 있겠지만 그 파괴력은 미지수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



◆지방선거 패널조사 연구팀 ▶동아시아연구원=이내영(팀장·고려대)·강원택(숭실대)·권혁용(고려대)·김민전(경희대)·김성태(고려대)·서현진(성신여대)·유성진(이화여대)·이우진(고려대)·이현우(서강대)·임성학(서울시립대)·지병근(조선대)·서상민·이곤수·정원칠·정한울 ▶한국리서치=김춘석 부장·임석빈 과장 ▶SBS=현경보 기자 ▶중앙일보=신창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