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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로 준비하는 대입 논술·면접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조직폭력배들의 의리와 배신을 다룬 영화 '친구'를 인터넷 등에서 40여차례 본 고교생이 이를 모방해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급우를 수업 중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을 저지른 고교생은 평소 '친구'에 나오는 대사를 외우며 급우들에게 멋있는 장면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등 이 영화에 중독증세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와 청소년 모방범죄의 관계를 알아본다.

◇ 폭력 소재 영화와 모방범죄

"인간의 욕망 자체에는 전염병 같은 본질적 모방 경향이 내재해 있으며, 이는 타인에 의해 촉발되거나 강화된다. 특히 자신이 할 수 없는 폭력을 숭배하고 모방한다."

인간사회의 '본질적 폭력'과 그 역할을 연구한 프랑스 학자 르네 지라르(Rene Girard.1923~)의 저서 『폭력과 성스러움』(민음사)의 요지다.

영화나 스타를 흉내내는 것은 대중의 속성이다.'로마의 휴일'(감독 윌리엄 와일러.1953)에 출연했던 오드리 헵번의 머리 모양이 한동안 세계를 휩쓸었던 게 좋은 예다. 그러나 그것이 범죄로 이어지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영화보다 더 실감나고 멋지게 범행을 저지르려는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최근 '친구''신라의 달밤''엽기적인 그녀''조폭 마누라' 등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한 국산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우리 사회에 '조폭 신드롬'을 확산시켰다. 이런 영화들은 관객이 범죄행위를 죄의식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더구나 판단력이 부족한 일부 청소년들은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을 현실로 착각할 수도 있다.

◇ 활동 주제

① 영화에서 주인공이 남의 물건을 폭력으로 빼앗는 장면은 때론 통쾌하기까지 하다. 물건을 빼앗긴 쪽이 자신이라면 어떨까?

② 1990년 이후 영화를 모방한 국내외 청소년 범죄를 신문기사 검색(http://www.kinds.or.kr)으로 10가지씩 찾아 정리한다.

③ 최근 인터넷 검색단어 1위가 '조폭'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폭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는 조직폭력 사이트까지 등장해 청소년을 유혹한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폭력을 부추기는 원인을 알아보자(예:도덕 불감증.생명 경시 풍조.치열한 입시 경쟁.황금 만능주의 등)

④ 범행을 한 고교생이 40번 넘게 본 '친구'는 8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원래 성인영화였지만 중.고생 관람객이 30%(2백4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친구'가 관객을 동원한 힘은 무엇일까? 등장인물의 성격.사용 언어.우정.학교생활.교사와 학생 문제 등 소주제 토의 모둠 활동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보자.

⑤ 최근 줄을 잇는 조직폭력 영화들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들은 "영화는 예술이며, 폭력은 인간사회의 일면으로 이를 소재로 한 영화는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순기능이 있다. 폭력 유발 요인은 영화가 아니라 가정.학원 등 억압된 풍토가 낳은 사회적 분위기"라고 주장한다.

반면 "영화 속 폭력은 학습효과를 통해 청소년의 억눌린 공격성을 분출시키는 방아쇠 기능을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화 '친구'는 잔혹한 살인 장면 등 때문에 '18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아 중.고생들이 볼 수 없는 영화였다. 고교생의 모방범죄를 낳은 이 영화의 유.무죄를 묻는 모의재판을 한다(배심원을 둔 재판이 좋다).

☞미국 대법원은 99년 3월 8일,"영화를 보고 모방범죄를 일으켰다면 그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권리가 없다. 책임지고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⑥ '친구'를 모방해 자신을 괴롭히던 급우를 살해한 고교생은 형법상 살인죄다. 보통 살인죄(형법 250조 1항)를 범하면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벌을 받는다. 정상을 참작하면 형의 집행유예까지 선고할 수 있다. 범행한 고교생은 학교 폭력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음에 틀림없다. 범행 관련 기사에서 실마리를 찾아 고교생의 형을 최소화할 수 있게 변론문을 쓴다. 검사의 입장에서 생명을 앗아간 죄를 물어 기소하는 글을 써도 좋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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