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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形집행 파문] 자국민 사형될 때까지 뭐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마약 관련 혐의로 한국인 신모(41)씨가 중국에서 사형당한 사건은 중국 당국의 국제관례를 벗어난 외국인 사법 처리와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외교부는 중국의 통보 전까지 신씨의 사형 집행은 물론 지난해 11월 정모(62)씨의 옥중 사망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재외 국민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 사형집행 경위=신씨 등 4명이 히로뽕 제조.밀반출 혐의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공안청에 체포된 것은 1997년 9월 7일.

신씨는 99년 8월 하얼빈시 중급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지난 8월 최고인민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지난달 25일 공개 총살됐다.

헤이룽장 신문이 보도한 판결문에 따르면 신씨는 97년 1월 하얼빈 교외에 집 한채를 임차한 뒤 히로뽕 3천5백g을 제조, 다롄(大連)과 웨이하이(威海)를 거쳐 한국에 들여와 마약업자들에게 1억2천만원을 받고 팔았다. 또 하얼빈으로 돌아가 히로뽕 완제품 1만g과 반제품 4만7천g을 제조하다 검거됐다.

◇ 정부 대책.문제점=정부 당국자는 28일 "사태 파악을 위해 지난 6월 중국측에 공문을 보냈으나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중국은 97년 체포 당시에는 이런 사실을 통보해 왔지만,형을 집행한 뒤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우리 정부가 지난 22일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나서야 인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다. 주중국 선양(瀋陽) 영사사무소측은 사형 집행이 이뤄진 뒤에도 "아직 가족들에게 통보 않은 걸 보면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측의 국제협약을 무시한 사형 집행도 문제지만 해외에서 복역 중인 사람이라도 재외국민 보호 차원에서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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