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가덕도 눌차초등 박정순 교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 박정순 교감이 방과 후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마냥 즐겁습니다." 부산 가덕도 눌차초등학교 박정순(58) 교감은 밤낮으로 학생들과 같이 지낸다. 박 교감의 일과는 오후 6시쯤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3~6학년생 29명이 저녁을 먹고 다시 학교에 오면 수학을 가르치고 숙제.독서 등을 지도한다. 아이들을 위해 도서실.과학실.컴퓨터실을 활짝 열어놓는다.

수학을 잘 하는 박 교감은 먼저 3.4학년에게 하루 60분, 5.6학년에게 90분씩 수학을 가르친다. 교재를 복사해 나눠주고 풀도록 한다. 수학 공부가 끝나면 학생들은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박 교감은 숙제도 도와준다.

공부 지도는 오후 10시쯤 끝난다.박 교감은 이 같은 '학습도움 사랑방'을 월.화, 목.금요일 운영한다.

1.2학년은 학부모들이 밤늦은 시간 귀가를 걱정해 제외했다. 반수빈(4학년)군은 "교감 선생님이 할아버지처럼 다정하게 잘 가르쳐줘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오래 학교에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2년 9월 부임한 박 교감은 35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눌차동에 학원이 없고 어업으로 바쁜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공부 지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을 알고 그해 10월 사랑방을 열었다. 박 교감은 "퇴직하기 전에 지식과 공부에 대한 열정을 교육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다"며 "출장 등으로 사랑방을 열지 못하면 아이들의 성화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박 교감은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학교 사택에서 생활한다. 지난 9월로 육지로 전근할 수 있는 연한(2년)을 채운 박 교감은 "순박한 섬 사람과 생활하는 것이 즐겁다"며 가덕도에 계속 남아있다.

이런 박 교감이 고마워 주민들은 맛있는 생선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학부모 송병진(44)씨는 "어민 대부분 바닷일이 바빠 자녀를 돌볼 시간이 없다"며 "교감 선생님의 헌신적인 지도로 아이들이 성적이 오르고 삐뚤어지지 않아 모두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chungyb@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