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한국인 마약사범 신모씨 사형 집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마약제조.밀매 혐의로 중국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신모(41)씨의 사형이 지난달 25일 하얼빈(哈爾濱)에서 집행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정모(62)씨는 지난해 11월 수감 도중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범죄혐의로 사형당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외교부는 중국측의 통보 때까지 신씨의 사형집행과 정씨의 옥중 사망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사형집행 경위=신씨 등 4명이 히로뽕 제조.밀반출 혐의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공안청에 체포된 것은 1997년 9월 7일.

신씨는 99년 8월 하얼빈시 중급법원에서 마약류 제조.운반.판매죄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8월 최고인민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나머지 공범인 박모(71)씨는 무기징역, 또다른 정모(59)씨는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흑룡강신문이 보도한 판결문에 따르면 신씨 등은 97년 1월 하얼빈 교외에 집 한채를 임대한 뒤 히로뽕 3천5백g을 제조해 다롄(大連).웨이하이(威海)를 거쳐 한국에 들여와 마약업자들에게 1억2천만원을 받고 팔았다.

또 하얼빈으로 들어가 히로뽕 완제품 1만g과 반제품 4만7천g을 제조하다 검거됐다.

중국측은 신씨를 사형시키면서도 가족에게조차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으며, 흑룡강성 외사판공실은 사형집행 한달 만인 지난 26일에서야 우리 공관에 통보했다.

◇ 정부 대책.문제점=외교부는 29일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강력 항의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신씨 사건 처리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6월 공문을 보내는 등 수차례 문의했으나 중국측이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 사형선고 사실이 보도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 지난달 말에도 정부는 "외교관례상 범죄자의 사형집행은 알려주는 게 원칙인데 아직 가족에게도 통보않은 걸 보면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측의 상식 이하의 사형집행 절차도 문제지만 정부가 범죄혐의로 복역 중인 사람이라도 재외국민 보호차원에서 사태파악과 대응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