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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어린이의 손발 되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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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원주 원심리발달센터 치료사가 평창지역 장애아·취약계층·다문화 가정 출신 등 발달에 문제가 있는 어린이를 1대1로 치료하고 있다. [이찬호 기자]

강모(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양은 올해 열여섯 살이지만 초등학교 2학년이다. 강양은 태어난 지 사흘 만에 경기를 했고, 후유증으로 뇌병변 1급 장애인이 됐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입으로 먹지 못해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지 못해 지난해 학교에 입학했지만 다니지는 않는다.

4일 원주의 원심리발달센터 소속 언어치료사와 인지치료사가 강양의 집을 방문했다. 강양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강양의 어머니 최모(50)씨는 “딸이 이날 새벽까지 놀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두 명의 치료사는 경직된 강양의 손발을 주무르고, 침을 흘리면 닦아줬다. 20여분 만에 강양이 깨어나자 비닐장갑을 끼고 강양의 입 안을 마사지 해 줬다. 이들은 4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강양을 치료하고 있다.

강양은 언어와 인지치료 이외에 목·금요일에 작업치료와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어머니 최씨는 “예전에는 딸이 표현을 거의 못했지만 이 치료를 받으면서 눈 자위가 따라 오는 등 알아듣고 의사를 종종 표현하고 있다”며 “어릴 때 이런 치료를 체계적으로 했으면 먹기도 하는 등 지금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창군 보건의료원이 장애와 취약계층 및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파랑새 아동발달치료서비스를 하고 있다. 나이에 비해 발달하지 못한 어린이를 매주 한 번씩 찾아가 심리와 인지·언어치료를 하는 서비스다. 평창에는 이 같은 치료를 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작해 올해 대상 규모를 확대한 이 서비스가 효과를 내고 있다.

현재 이 서비스를 받고 있는 어린이는 47명.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6개 권역으로 나눠 어린이를 찾아가고 있다. 진부와 대관령권역 어린이는 올해 처음 치료를 시작했을 뿐 나머지 권역 어린이는 지난해 가을 13주간 치료를 받았다. 학교에 오지 못하는 어린이는 집으로 찾아 간다. 치료시간은 30분으로 한 가지 치료만 받는 어린이부터 세 가지 치료를 모두 받는 어린이도 있다. 어린이만으로는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대상 어린이의 아버지에 대한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정규반과 도움반(특수아동반)을 오가며 심리·인지·언어 치료를 받았던 최모(8)양은 올해는 치료도 받지 않고, 정규반에 편성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지난해 자신의 어머니가 옆에 있어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산만했던 권모(7)군은 올해 혼자서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의사도 표현할 정도가 됐다. 말을 잘 하지 않았던 다문화가정 출신 이모(9)양은 올해 치료 한 달이 지나면서 말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예산 부족으로 연중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13주만 진행된다. 세 가지 치료가 모두 필요한 대상자지만 혜택 범위를 넓히기 위해 한두 가지로 줄이는 경우도 있다.

글, 사진=이찬호 기자 kabear@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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