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0 정국… DJ의 타개책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0.25 재.보선 참패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 쇄신 구상이 26일 드러났다. 민주당 한광옥(韓光玉)대표를 청와대로 부른 자리에서다.

金대통령은 韓대표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우선 정기국회 직후 연말께 획기적인 당정 개편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金대통령의 '당정 개편'약속에 대해 여권은 환영 분위기다. 문제는 그 폭과 내용이다. 여권 내에선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지난 5월 정풍(整風)운동에 참여했던 수도권 초선 의원은 "金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정 쇄신 약속을 한 뒤 3.26 개각 등 서너차례의 인적 쇄신을 했으나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야말로 당.정.청(靑)을 대폭 물갈이하고, 비선(□線) 가동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金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당정 개편 시기를 예고한 데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취임한 지 두달밖에 안되는 한광옥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고, 정기국회가 열리는 기간에 이한동(李漢東)총리 등 내각을 바꾸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당내 소장.개혁파들의 요구를 수용하되 그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다만 두달 동안 공직사회가 일손을 놓고 후임 자리를 둘러싼 인사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가 과제다.

金대통령은 또 지역 편중 인사 시비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韓대표가 金대통령에게 독대(獨對)보고를 한 뒤 "전당대회 개최 시기, 당 지도체제 문제,후보.총재의 분리 문제 등 정치 일정에 관해 본격적인 논의를 착수하도록 건의했다"고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측과 동교동계 일각(李訓平의원)에선 "'이회창(李會昌)대세론'을 막기 위해선 대항마를 빨리 내세워 정권 재창출의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며 후보 조기 가시화론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지방선거(6월)전인 3~4월께 차기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자는 요구도 하고 있다.

한광옥 대표는 "차기 후보군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당 공식 채널을 통해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金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당적 이탈을 할 것인가도 관심이다.

당 일각에선 金대통령이 민주당을 떠난 다음, 차기 후보를 중심으로 정계 개편을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국구도를 'DJ 대 반(反)DJ'가 아닌 '이회창 대 반이회창'으로 다시 짜자는 전략이다.

이양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