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출판] '영혼의 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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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1975년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저명한 진보주의 신학자 헨리 반 두센 박사가 아내와 함께 동반 자살했다. 유서에 노년과 자연사에 따른 불편함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썼다.

그는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장애로 설교 능력을 잃었고 아내는 관절염으로 움직이질 못했다. 안락사인 셈이다. 당시 두센 박사의 안락사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종교적.도덕적으로 안락사는 용납될 수 없는 죄악이었기 때문이다.

신간 '영혼의 부정' 에 소개된 이 이야기와 달리 오늘날 안락사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휴머니즘으로까지 격상됐다.

2000년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인정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찬성이 훨씬 우세한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나온 '영혼의 부정' 은 안락사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쪽에 서 있다.

뉴욕타임스에 12년 동안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명상서적『아직도 가야 할 길』(열음사)의 저자이자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스콧 펙은 점증하는 안락사 허용여론을 세속주의 탓으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세속주의 속에서 영혼과 내세는 거부되고 종교적 신비주의는 미신으로 치부될 뿐이라는 시선이다.

저자는 세속주의적 관점에서 안락사야말로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이른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론이 만들어낸 한 장의 계산서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영혼과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죽음마저 생의 과정으로 수용함으로써 안락사로 표방되는 비루한 세속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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