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생 취업전선… 혹한의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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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청및 강원지역 대학생들의 취업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올들어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기업들이 신입사원 모집 규모를 크게 줄였고 고질적인 ‘서울 명문대’선호 관행도 여전해 지방대 졸업생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그야말로 ‘바늘 구멍’이다.때문에 총장이 직접 취업홍보에 나서는 등 대학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업 추천의뢰 격감=대전의 목원대는 올들어 기업체들로부터 받은 취업추천서가 올들어 7백62건에 불과해 학교로부터 원서라도 받아볼 수있는 학생이 전체 졸업생의 절반도 안된다.이학교는 지난해 1천3백5건의 추천의뢰서가 접수됐었다.

한남대 역시 지난해 1천8백56건이 들어 왔었으나 올해는 23% 감소한 1천4백24건에 그쳤다.이나마 추천서들도 대기업이나 전문직종 분야는 거의 없고 영세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과 보험영업직 등 비전문 단순 업무에 집중됐다.

국립대인 충남대 역시 올해 총장추천 의뢰 1백20건을 포함해 모두 2천1백여건에 불과,지난해(3천6백여건)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한남대 취업관리팀 조남춘(46)팀장은 “최근의 국제 반도체시장 경기를 반영하듯 IT분야 기업의 취업의뢰가 현격히 줄었다”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바늘구멍이던 취업문이 완전히 닫혀 버렸다”고 말했다.

천안의 반도체장비 생산업체인 한국DNS 인사팀 관계자는 “지난해 기술직 90여명을 뽑았으나 시장상황 악화로 올해 채용계획은 없다”며 “결원이 있을때 수시로 뽑을 예정이나 ‘수도권의 명문 대학 출신’들이 줄을 서 있다”라고 말했다.

◇총장도 취업전선에=대전 한밭대 염홍철(廉弘喆)총장은 24일 오후2시 대전대화공단의 (주)동양강철을 찾아 이 회사의 박번회장을 만나 학생들 취업을 간곡히 부탁했다.

23일에도 경동기술공사와 충청하나은행 등을 방문해 “우리학교의 토목 ·건축 및 경제 ·경영학과 학생들을 써달라”고 부탁하는등 단한명의 학생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廉총장은 “졸업생의 취업알선이 총장의 가장 큰 일이 됐다”고 말했다.

대전 배재대는 ‘취업으로 승부를 거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총장 ·교직원이 취업 총력전에 나섰다.

이학교 박강수(朴康壽)총장은 최근 다음달부터 방송될 라디오 광고에 출연,“배재인은 모든 직장에서 성실합니다.손잡아 주십시요”라며 채용을 호소했고 또 기업체들 사장 및 인사 담당자에게 서신도 띄울 예정이다.

충남대는 교수들로 하여금 취업을 책임지게 하는 ‘1교수 1제자 취업운동’,졸업생들에게는 ‘1동문 1후배 취업시키기’,교직원들에겐 ‘고향기업 연결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강원대 박용수(朴龍壽)총장은 지난달 13일 신풍제지 정일홍회장을 예방,창강제지연구소의 활성화 및 대학발전을 협의하면서 이 학교 경영학과와 제지공학과 출신 학생 6명의 취업을 성사시켰다.

박총장은 지난 3월에도 조관일 농협강원지역본부장과 간담회를 갖고 7명을 취업시켰다.

박총장은 이 대학 출신 학생들의 취업율을 높이기 위해 11월 재경 동문취업추진위원(1백50여명)들과 10여차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며 현대건설 등 개인적으로 친분있는 기업도 방문할 계획이다.

춘천=이찬호,대전=조한필,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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