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기자 질문에 "나는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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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악관 인근 우편물 취급소에서 23일 탄저균이 발견되자 미국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의 주요 우체국과 우편시설은 23일부터 대부분 폐쇄돼 방제소독을 받고 있고 36개 우체국 전체가 탄저균 검사를 받고 있다.

병원마다 2천여명의 우체국 직원이 탄저균 노출 여부를 검사받기 위해 북새통을 이루었다.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던 한 우체국 직원은 "정부가 탄저균 우편물이 보내진 의회와 언론사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자신들의 안전에는 소홀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 전역의 우체국들은 24일 반기를 게양, 호흡기 탄저균에 감염돼 최근 사망한 우체국 직원에 대한 애도를 표시했다.

◇ 당황하는 미 정부=미 우정공사와 보건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탄저균이 발견된 브렌트우드에서 매일 1백만통이 넘는 우편물이 워싱턴 각지로 배달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우편물을 통해 일반인에게 대량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 포터 우정공사총재는 24일 "우편물들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미국민들에게 우편물 취급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우정공사는 1억4천7백만개의 국내 주소에 카드를 보내 의심되는 우편물 처리요령을 알리는 한편 우편물 경보 포스터와 비디오물을 각 우체국과 기업체에 배포했다.

미 연방보건당국은 환기장치를 비롯해 오염 우편물이 지나간 모든 시설을 조사하기로 했다. 우정공사측은 최근 탄저균 테러리스트 체포에 현상금 1백만달러를 내건 데 이어 이날 세균을 박멸하는 방사선 기기를 포함한 새로운 보안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10억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 허둥대는 백악관=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3일 오후 의회지도자들을 만나던 도중 기자들에게 "탄저균 검사를 받거나 항생제를 먹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내게는 탄저균이 없다"며 "내일 근무를 시작할 때도 나는 무사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의 안전을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고지도자가 스스로의 안전을 국민에게 확인시켜야 할 만큼 사태가 급박해진 것이다.

부시는 "알 카에다가 탄저균 테러에 관여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가 테러일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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