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폭 논란 가열 '미국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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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미군의 폭탄이 군병원 건물이나 민간인 거주지 등 비군사 목표물에도 투하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오폭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 "민간인 1천명 사망했다"=압둘 살람 자이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22일 "미군이 헤라트의 병원을 폭격, 1백여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헤라트의 한 사원도 폭격당해 40명의 사상자가 생겼고 칸다하르로 가는 정유차량도 폭탄을 맞아 15명이 죽거나 다치는 등 지금까지 미군 공습으로 1천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면서 "미국은 말로는 테러를 비난하면서 실제로는 자신들이 테러를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즉각 부인했지만 이슬라마바드의 유엔 대변인은 "미군 폭격으로 헤라트 인근 군병원이 파괴됐고 민간인 거주지도 피폭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또 미 국방부 관리도 민간인 지역내에 미사일이 오발됐을 수 있다고 확인했다.

이렇게 되자 국방부는 23일 일단 오폭 사실을 인정했다. "20,21일 미 전폭기가 민간 거주지에 2백30㎏급 폭탄 두 발을, 헤라트 인근 노인정에 4백50㎏급 폭탄 한 발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 인간방패 논란=미국측은 탈레반이 민간인을 방패로 공습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 오폭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존 스터플빔 합참 작전차장은 23일 "탈레반이 병력을 보호하려 민간인 거주지나 사원에 숨는 방안을 고려 중이란 보고를 받았다"며 "탈레반이 국민을 비롯, 무엇이든 방패로 이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인 거주지를 고의로 폭격하진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영국군은 23일에도 카불 등에 폭탄.미사일 3천여발을 퍼부어 탈레반의 방공망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이탈리아의 국방장관들은 23일 각각 지상군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하겠다고 밝혔으며 호주도 특공대원 1백50명을 포함, 1천5백여명의 병력을 작전에 합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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