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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식인 지도] 롤링과 '해리 포터' 신드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조앤 캐슬린 롤링은 1965년 7월 치핑 소드베리라는 영국 웨일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꾼의 재능을 보인 롤링은 엑세터대를 졸업한 뒤 비서일을 시작했지만 공상적인 성격 때문에 결국 해고되고 만다. 그 뒤 다시 취직한 맨체스터의 회사와 집을 오가는 동안 마법사 학교에 다니는 마법사 소년의 모험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포르투갈로 건너가 영어교사를 하다 결혼을 하지만 곧 파경을 맞는다.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 롤링은 생활 보조금을 받는 실업자로 빈궁하게 지내다가 그동안 쌓아올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리즈의 첫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완성한다.

출판사로부터 여러차례 거절당하다 1997년에 나온 이 작품은 서서히 소문이 나며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곧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지금까지 네편의 『해리 포터』 소설이 나왔고 1억부 이상이 팔려나가 슈퍼 베스트셀러 행세를 하는 중이다. 시리즈는 해리 포터가 17세가 되는 7권에서 끝날 예정이다.

도대체 무엇이 롤링의 소설을 이 정도로 엄청난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을까? 우선 『해리 포터』가 형식적으로 그렇게까지 새로운 소설이 아니라는 점은 밝혀야겠다. 한마디로 『해리 포터』는 이미 영국 아동문학에서 자리를 굳힌 두 종류의 장르를 결합한 것이다.

하나는 '톨킨식 팬터지'이고, 다른 하나는 '기숙학교물'이다. 팬터지의 환상성과 기숙학교물의 일상성을 결합하는 시도도 처음은 아니다. 수십 년 전에 나온 P L 트래버스의 『메리 포핀스』 시리즈는 마법과 요정이 난무하는 팬터지와 현대 영국 중산 계층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결합한 작품으로 『해리 포터』의 선배라고 할 수 있다.

기숙학교물과 팬터지의 직접적인 결합 역시 질 머피의 『워스트 위치』가 시도했다. 롤링이 한 일은 이런 영국 아동 문학의 전통에서 기본 재료들을 뽑아와 현대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책을 써냈다는 것밖에 없다.

『해리 포터』가 흥미진진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호감이 가고 인상적인 캐릭터들, 두 세계 사이의 충돌을 그럴싸하게 이용하는 상상력, 뻔뻔스러울 정도로 무덤덤한 영국식 유머와 서스펜스의 창출력이 결합한 롤링의 책은 베스트셀러의 자격이 있다.

롤링 열풍을 설명하려는 시도들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해리 포터』 이야기와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어린 독자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즉 컴퓨터 게임의 유행은 독자들을 기성 팬터지 세계와 친숙하게 만들었고, 모험과 문제 풀이가 뒤섞인 『해리 포터』 소설의 스타일은 컴퓨터 게임과 아주 가깝다는 것이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롤링의 책은 출판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듀나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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