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기 수시모집 폐지 왜 추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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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의 수시 1학기 모집 폐지 또는 축소 움직임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강행한 새 제도는 다시 한번 졸속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수시 1.2학기 모집제도는 해마다 연말에 집중되는 대학 전형을 분산해 소질.적성이 있는 학생들이 수능시험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번 지원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전형기준이나 모집시기에 대해 대학들에 자율권을 주겠다는 전제도 깔려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입시 과열 현상만 연말에서 1학기로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학들 역시 입학관리 전문 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채 심층 면접 등 과거보다 과중한 전형 절차를 치르느라 고충을 겪었다.특히 지방대학들은 지원자가 적어 '우수학생 사전 선발'이라는 장점은 살리지 못한 채 과중한 업무부담만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리 대학입학이 확정된 학생들에 대해 대학이나 고교 모두 제대로 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 지원은 과열,등록은 미미=올 1학기 수시모집에서 서울지역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8.2대 1에 달했다. 수능 성적에서 불안을 느낀 고3학생들이 복수지원이 가능한 수시모집에 대거 응시했기 때문이다.

고3생 한명이 3~4개 대학에 지원하는 등 입시 과열 현상이 빚어지자 일선 고교 교사들은 추천서 작성.서류준비 때문에 큰 부담을 겪었다.

학생들의 소나기 지원으로 서류 심사.심층 면접 등 전형에 홍역을 앓은 대학들은 복수지원한 합격자들이 한 대학만을 선택함에 따라 대거 미등록 사태를 겪었다.

◇ 대안은 없나=대학들의 연중 입시 체제 축소는 자칫 '전형시기.방법 다양화'라는 새 입시제도의 취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청주고 임근수(林根洙)교사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특수재능 보유자들에게 수시입학 기회를 주는 연중입시의 장점은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들이 우수생을 선점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1학기 수시는 그야말로 소수의 특기자들을 선발하는 시험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첫해라 대학들이 1학기 수시모집 등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경향이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1학기 모집에서는 특기자 선발이 주로 이뤄지는 등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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