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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현역 갈래" 뇌물주고 군대빼던 이야기는 옛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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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척추디스크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던 P씨(22)는 지난달 현역으로 입영해 현재 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고 있다. P씨는 병원에서 현역 근무가 가능할 정도로 치료가 되자 1999년 개정된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재신검을 신청해 현역 입영을 한 것이다.

뇌물을 주고 병역의무를 면제받은 입영 대상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질병을 치료하거나 학력조건을 맞춰 현역 입영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그동안 취업난 등으로 정상적인 징집 대상자들이 입영을 선호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질병 치료까지 하면서 군대를 가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풍조"라고 말했다.

◇ 사회생활 등에 유리=J씨(20.Y대2)는 오는 12월 입대 일자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당초 J씨는 지난해 실시한 신검에서 외상성 관절염 등으로 4급 보충역(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으나 병원치료 끝에 완치되자 지난 6월 재신검을 신청, 현역 입영 판정을 받은 것이다.

J씨는 "재신검을 신청한 이유는 취직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현역생활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공익근무요원(28개월)보다 현역(26개월) 근무기간이 짧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해 보충역 판정을 받았던 K씨(20)는 올 초 고졸학력인정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힘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군대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재신검을 신청, 현역 판정을 받고 입영대기 중이다.

◇ 재검서 현역 판정 높아=병역 면제자 등이 현역 입영 등을 희망할 경우 재신검을 받을 수 있도록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된 것은 99년 3월이다. 이후 재신검을 신청한 사람은 지난 9월 말까지 모두 1천59명에 이르렀다.

재신검 신청자 중 66.3%에 이르는 7백명이 현역 판정을 받아 현역으로 입영했거나 현재 입영 대기 중이다. 이와 함께 징병검사 당시 학력미달로 면제나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 판정을 받았더라도 추후 학력 조건을 갖추면 다시 징병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난 3월 개정된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현재 소집대상자 1백28명이 신청, 38명이 현역으로 입영했고 90명은 입영 대기하고 있다.

특히 재신검 신청자가 99년 월평균 25명에서 지난해 31명, 올해 48명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재신검 신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병역비리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식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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