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휴대폰 커닝, 3년째 대물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대입 수능시험 휴대전화 커닝 사건은 올해 처음 저질러진 게 아니라 이미 2002년부터 이 지역 학생들이 대물림 수법으로 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번 부정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Y씨(19.광주 모 대학 1년)는 21일 새벽 본지 취재팀과 만나 "내가 수능시험을 본 지난해에도 문자 메시지로 정답을 보내주는 수법의 부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Y씨는 "올해 부정행위에 가담한 수험생 중 일부는 지난해 선배들을 돕기 위해 정답을 전송한 '도우미'로 활동하기도 했다"며 "그 이전 해(2002년)에도 같은 수법의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Y씨는 고시원에서 대기하면서 수험생들이 보내오는 정답을 정리하는 고등학생들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21일 새벽부터 이틀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관련자의 진술이 있은 것은 사실이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Y씨의 설명에 따르면 후배 고교생들이 그해 정답을 전송하는 중계역을 맡고, 이들이 수험생이 되면 고사장에서 정답을 주고 받는 '선수'가 되며, 이들이 졸업하면 중계를 맡은 후배들을 관리.감독하는 등 조직적인 대물림을 하는 셈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동부경찰서는 21일 "부정행위 가담 학생이 90명에서 12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 중 부정행위를 주도한 학생이 23명인 것을 확인, 이 가운데 6명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이어 나머지 17명 중 가담 정도가 높은 6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 주동학생이 선수와 답만을 받아볼 학생 등을 대상으로 10만~90만원씩 돈을 걷어 모두 1500만원을 마련한 것으로 밝혀냈다.

학생들은 이 돈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데 500만원이 넘는 돈을 사용했으며, 고시원 이용료와 식대를 뺀 나머지 돈의 용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이번 시험 때 정답을 휴대전화로 보내주는 대가로 50여만원을 받기로 약속한 이른바 '용병' 수험생 5~6명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의 검거에 나섰다.

광주=천창환.김승현.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