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보문건 주문생산된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 한광옥(韓光玉)대표가 22일 주재한 확대 간부회의에선 대야(對野)강경론이 쏟아졌다.

'이용호 게이트' 연루 의혹이 있는 여권 인사들의 실명(實名) 폭로, 경찰의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압수수색에 대한 한나라당의 '야당 탄압' 비난에 대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발언이 잇따랐다.

韓대표는 'K.K.J 실명 폭로'의 근거가 된 경찰 정보보고 문건에 대해 "당 흑색선전 근절 대책위에서 한나라당의 이런 정치공작의 부당성을 충분히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흑색선전 근절 대책위원장을 맡은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정보보고 문건 유출건을 '한나라당 경찰 프락치 사건'으로 규정했다.

鄭위원장은 "한나라당 유성근(兪成根)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흔들어댄 정보보고 문건은 한나라당이 흑색선전의 소재로 삼기 위해 커넥션을 활용해 주문생산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鄭위원장과 배기선(裵基善).박주선(朴柱宣)의원 등이 진상조사단으로 제주도에 급히 내려갔다.

민주당측은 "한나라당이 9월 26일 행자위 국감에서 처음으로 '정학모'라는 이름을 거명했고, 9월 29일 제주경찰서 임모 경사가 문제의 문건을 작성해 10월 초 한나라당에 팩스로 송부했다"고 지적했다.

또 ▶표현 문구▶보고서 내용▶작성 시점 등이 경찰의 정보보고 양식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회의에서 이상수(李相洙)총무는 "이는 국가 기강에 관한 문제"라며 "혹시 경찰이 내부의 부끄러운 문제이기 때문에 적당히 처리하려고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경찰을 상대로 엄청난 압력을 행사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당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건 제작.유출 경위와 함께 한나라당에서 누가 기획하고 지시해 문건을 주문생산했는지 관계 당국이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여권 핵심 인사들도 강경 대응의 속내를 드러냈다. 야당의 반발 못지않게 25일 재.보선과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관리를 위해 단호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2일 새벽 압수수색이 있기 전까지 당.청와대의 핵심 인사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이양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