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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택지 사실상 상업지로 변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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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21일 밤 경기도 분당신도시 야탑1동사무소 일대. 폭 6m의 좁은 도로 5백m 구간 양편에 초대형 간판을 내건 룸살롱.러브호텔.카페.식당 등이 즐비하게 늘어선 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같은 시간 일산신도시 정발산 옆 주택가에도 불법 주차한 승용차가 두줄로 빼곡히 채워져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언뜻 보면 이들 지역은 꽤나 번성 중인 상업지역 같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주거기능이 우선시되는 단독주택 지역으로, 당초 쾌적한 전원주택단지로 가꾸겠다는 계획은 온데 간데 없어진 지 이미 오래다.

한국토지공사가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수도권 5개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전용주거지역'으로 지정해야할 곳을 전체 면적의 40%까지 점포시설을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지역' 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업계와 주민들에 따르면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전용 주거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토지공사가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던 원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대부분의 단독주택지를 일반 주거지역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허용된 점포들은 대부분 유흥위락시설이어서 이들 지역이 사실상 상업지역으로 전락했다.

분당 수내동의 단독주택지에 살고 있는 김순관(金純寬.41.회사원)씨는 "조용하게 살고 싶어 2층짜리 집을 지었는데 주위가 온통 식당.술집으로 변해 주거환경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그나마 당초 단독주택지에 적용됐던 가구수 제한(3가구 이내)마저 풀리는 바람에 한 건물에 10가구 이상이 들어서는 '벌집'마저 생겨나는 등 일부 단독주택가는 슬럼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신도시 조성 초기에는 단독주택지에 집을 지을 경우 '3가구 이내'로 제한하고 지붕의 경사.조경.미관 등 엄격한 건축기준을 적용했으나 건축주들이 반발하자 1995년 이후 가구수 제한과 미관 심의 절차를 아예 없애버려 나타난 후유증이다.

평촌 단독주택단지의 3층짜리(바닥면적 35평) 한 주택은 층마다 원룸 형태로 출입문을 따로 만들어 모두 17가구 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같은 '벌집'은 다른 신도시에서도 늘고 있는 추세다.

경원대 이창수(李昌洙.도시계획학과)교수는 "행정지침 등을 통해 유흥업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지 않을 경우 신도시의 단독주택지는 더욱 무질서한 개발이 진행될 것"이라며 "더 이상의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불법으로 점포면적을 확장하는 행위 등을 철저히 감시하고 토지이용을 규제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헌.전익진.김성탁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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