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 그래도 은행이 안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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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초저금리 추세에도 불구하고 예금은행의 실세총예금(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잔액은 지난 13일 현재 4백2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이달 들어 은행권 예금 증가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특히 단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3조원 가량 은행권을 이탈한 것으로 집계돼 시중자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월 들어 13일까지 1조2천억원 가량이 은행권을 빠져 나가긴 했지만 시중자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아직은 방향성을 찾기가 어렵다.

같은 기간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1천9백억원이 늘고, 투신사의 주식형 펀드는 5백53억원, 혼합형 펀드도 1천2백53억원이 늘었지만 증시로의 자금이동이라고 단정하기엔 무리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인 만큼 너무 단기투자에만 의존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하나은행 김성엽 재테크팀장은 "안전자산인 은행 정기예금을 기본으로 하면서 투자자산의 일부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분산투자해야 저금리에 따른 투자수익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올해부터 시행됨에 따라 내년 5월 처음으로 신고기한이 돌아온다. 부부합산으로 배당.이자소득이 4천만원이 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이들은 올 하반기 재테크 전략을 다시 한번 검토해 분리과세형 신탁상품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은행권 상품의 장점=은행권 상품은 제2금융권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확정금리형 상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 비과세.세금우대 상품이 다양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요즘 은행들은 중도해지 때 이자를 손해보거나 입출금이 제한적이라는 정기예금의 가장 큰 단점을 보완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2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국민슈퍼정기예금'은 고객이 가입기간.이자수령일 등을 직접 정할 수 있고, 수시로 여유자금을 추가로 입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기예금 같지 않은 정기예금'이다.

산업은행의 '자유자재 정기예금'도 가입조건을 고객이 직접 설계하고, 여유자금을 언제든지 추가입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슈퍼정기예금과 비슷하다.

신한은행의 프리미엄 실속정기예금이나 조흥은행의 CHB옵션정기예금, 서울은행의 새천년 정기예금 등은 상품구조는 약간 다르지만 중도해지 때 이자손해를 줄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은행들은 실적배당형 상품에서도 안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외환은행의 세이프알파 신노후생활연금신탁(안정형)은 원금보장 상품으로 안전한 자산운용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연 10%대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리고 있어 화제다. 이 상품 1~4호는 모두 2천2백12억원 어치가 팔렸는데 판매 당일에 한도가 소진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일부터 3백억원 한도로 판매한 '분리과세 하모니 신탁'이 고객들의 호응으로 판매 나흘만에 완료됨에 따라 16일부터 3백억원 한도로 2호 펀드를 판매중이다.

펀드의 10% 이내에서 파생상품에 투자해 비교적 낮은 위험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고, 파생상품의 최대 손실한도를 채권이자 범위내로 제한해 손실한도 초과시에는 운용을 중단함으로써 원금 보전을 추구하는 안정형 상품이다.

◇ 색깔있는 이색상품=저금리시대를 맞아 금융기관들이 많은 이자를 내세워 예금을 끌어모으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기관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 금리는 높지 않더라도 많은 예금 고객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화은행의 '평화통일예금'은 추가 입금을 할 때마다 만기일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이자수령 방법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여기에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그 시점에서 6개월 이상 예금한 고객에게 0.3%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준다.

주택은행의 '필승 2002 FIFA월드컵 통장'은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성적을 맞추면 경품을 제공하는 게임형 금융상품이다.

한국팀이 '1승할 경우', '16강 진출', '8강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중 하나를 고객이 선택해 실제성적을 맞추면 추첨해서 냉장고.완전평면 TV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경제부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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