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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정책 이대론 안된다] 불법입국 갈수록 기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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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서울 구로구의 서울조선족교회에 40대 남자가 온 몸이 멍든 상태로 찾아왔다. 그는 "살려주세요"라는 한마디만 되뇌다 쓰러졌다. 중국 동북3성의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인 그는 당초 입국 브로커들에게 입국에 성공하면 6만위안(약 9백만원)을 주기로 하고 밀입국을 감행했다.

어선을 타고 무사히 충남 어느 바닷가에 도착한 그는 브로커들에게 자신의 전 재산인 3만7천위안을 주면서 "나머지는 벌어서 꼭 갚겠다"고 사정했다. 하지만 돈을 다 받지 못한 브로커들은 8일 동안 그를 가둬놓고 폭행했다. 그는 한밤에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몰래 빠져나올 수 있었다.

중국동포들은 단시간 내에 큰돈을 벌기 위해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밀입국.위장입국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한국에 들어온다.

지난 8일 전남 여수에서 중국인 25명이 밀입국하다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지만 중국동포들의 한국행(行)은 멈출 줄 모른다. 국내 체류 중인 한 입국 브로커(중국동포)는 지난 16일 취재기자와 만나 "참사 소식이 동포사회에 알려졌지만 입국 대기자는 전혀 줄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 밀입국에 모든 걸 건다=중국 베이징(北京)에는 한국으로 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임시 거주하는 민박집 1백여 곳이 영업 중이다. 중국동포들은 이곳에서 입국 정보를 얻거나 브로커와 접촉한다.

지난해 8월 말 태풍 프라피룬이 몰아치던 전남의 해안. 중국동포 82명을 태운 어선이 풍랑에 침몰했다. 다행히 해변 가까운 지점에서 사고가 나 모두 목숨은 건졌지만 하마터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올해 1월 제주경찰과 목포해경에 적발된 중국동포 밀입국자 80여명 가운데 한명이 질식사하기도 했다.

중국 옌볜(延邊)에 사는 朴모(38.여)씨의 경험담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11월 나를 포함한 91명이 해상 밀입국을 시도했지만 감시가 심해 일본 해역으로 빠져나갔다가 중국으로 되돌아왔다. 무려 22일이나 어선의 좁은 고기창고에 숨어지냈다.30대 여자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 어느 날 배에서 사라졌다. 아마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 불법입국 지능화.대형화=얼마 전까지 밀입국자들은 동북 3성에 가까운 다롄(大連).옌타이(煙台)항에서 출발해 공해상에서 국내 어선으로 옮겨 탄 뒤 서해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장(浙江).상하이(上海)등 중국 남쪽 해역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도착 지점도 동.남해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포항.울산 등지에서 적발된 밀입국 사례가 6건(2백54명)에 이른다.

해양경찰의 경비망을 피하기 위해 밀입국 루트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밀입국 조직에는 내국인과 중국동포가 모두 끼여 있다.

20~50명이던 밀입국 규모가 1백명 내외로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충남 당진에서 적발된 밀입국자 규모는 1백8명이었다.

입국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도 예전에는 선불제였으나 요즘 거의 후불제로 바뀌었다. 통장에 미리 수수료를 넣어둔 뒤 한국에 도착해 브로커에게 전화로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수법이 동원된다. 단속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다.

◇ '파이란'식 위장입국 극성=최근 개봉된 국내영화 '파이란(주인공인 중국여자의 극중 이름)'에 나오는 유형의 위장결혼 입국이 늘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한국 남자와 결혼할 것처럼 서류를 꾸며 입국하는 방식이다. 동북3성에서는 유부녀가 처녀인 양 가짜 호적을 만들어 나오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99년 3천쌍이던 한국인과 중국동포 간의 결혼 건수는 지난해 4천쌍으로 뛰더니 올해엔 9월까지 5천쌍을 돌파했다.

여권이나 사증을 위조해 입국하는 사례 역시 급증하고 있다.법무부에 따르면 97년 3백72명이던 여권위조 적발 사범(중국 국적)은 지난해 1천2백31명으로 3배 규모로 불어났다.

***도움 주신분

▶재외동포재단 권병현 이사장,정동일 총무기획실장,오영훈 민원실장▶서울대 이광규 명예교수▶국회의원 이주영▶외교안보연구원 박두복 교수▶한국노동연구원 유길상 박사▶법무부 이성규 국제법무과장▶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최황규 목사▶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목사▶한.중선교교회 김호경 전도사▶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장경익 부장▶중소기업연구원 유재원 동향분석실장▶영신물산 최상준 총무과장▶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김판준 부장▶한국초청사기피해자협회 이영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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