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교과서 연구소 소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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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일관계에서만 아니라, 중국과 태국.싱가폴 등 동남아 국가들에게까지 일본 관련 현대사는 민감한 문제다.

그중에서도 각국 젊은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 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관련국 학자들이 중국 상하이(上海)에 모여 이같은 교과서 문제를 논의한다. 23,24일 이틀간 '아세아제국의 역사교과서에 비친 항일운동'이란 주제로 퉁지(同濟)대학에서 열리는 학술회의에는 한.중.일.태국.싱가포르 등 일제 식민지를 직접 경험한 동아시아 국가 외에 미국.독일 역사학 교수들도 참여한다. 행사를 주최한 국제교과서연구소 이태영 소장에게 물었다.

-최근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일본교과서문제에 대해 별다른 합의를 못하고 '공동연구를 하자'는 차원에서 얘기가 끝났는데.

"무의미하다. 피해당사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역사왜곡을 피해가려는 일본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미 한일관계를 연구하는 모임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또 연구를 하자는 결론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본은 독일처럼 과거를 청산.반성하고 피해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줄 태도가 되어있지 않다고 본다."

-일본 교과서의 문제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4가지다. 첫째, 고대사분야로 자신들이 인류 4대 문명중 가장 오랜 문명이라고 강변한다. 둘째는 대동아 침략전쟁을 해방전쟁으로 왜곡한다. 세째는 난징(南京)대학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 네째는 신사참배를 정당화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극우주의의 특징은.

"19세기에 나타난 형태는 천황을 주축으로 하는 민족주의였다. 이들 중 일부는 내정개혁과 현대화를 주장해 한때는 진보적인 성격을 지니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애국주의는 범(汎)아시아주의라는 미명아래 제국주의로 발전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교과서 편찬협회'는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반미적인 성향이 강하며 수정헌법과 군사력 확충을 통해 아시아에서 주도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이번 학술회의의 취지는.

"일본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다룰 예정이다. 나아가 왜곡된 교과서 개정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을 제도화하고자 한다. 한.중.일도 서로 연대해 동북아 평화는 물론 세계정치의 중심을 형성해나가야하며, 우리의 통일정책도 그같은 맥락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김창호 학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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