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1주년 맞은 부산지법 조정센터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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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에 대형식당을 개업하려던 김모(45)씨는 올해 초 인테리어공사를 3억원에 강모(50)씨에게 맡겼다. 김씨는 주변에서 소개를 받은 강씨를 믿고 설계도와 견적서를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사가 끝난 뒤 김씨는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자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데다 인테리어도 엉망이었다. 공사비를 2억원으로 깎아 달라고 했으나 강씨는 들어주지 않았다.

화가 난 김씨는 부산지방법원 조정센터에 강씨를 상대로 1억원을 돌려달라는 조정신청을 냈다. 조정위원이 공사현장을 직접 답사해 자재를 꼼꼼히 확인 한 뒤 “공사비가 과도하게 계산 된 점이 인정된다”며 강씨에게 5000만원을 되돌려 줄 것을 권유했다. 양측은 합의했고 서로 악수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부담한 비용은 1억원에 해당하는 인지값 9만1000원, 송달료 3만2000원, 법무사 수수료 15만8000원 등 28만1000원 밖에 들지 않았다. 김씨가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면 인지값만 해도 조정신청때의 5배인 45만5000원이 들고 수백만원의 변호사 비용도 부담해야 했다. 뿐만아니라 민사소송으로 갈 경우 몇년씩 걸릴 수 있다.

김씨는 “민사소송에 비해 비용이 적게들고 빨리 마무리된데다 양측이 화해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부산지법 조정센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로 설치 1년을 맞은 부산지법 조정센터가 2009년 4월부터 4월까지 1년간 접수한 조정신청사건은 550건으로 한달 평균 45.8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정센터가 설치되기전인 2008년 한해 동안 371건(한달 평균 30.9건)이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48.2%가 늘어난 것이다. 조정센터가 없을 때는 조정위원들이 사건을 처리했었다.

조정센터가 1년간 조정을 시도한 668건을 분석한 결과 383건이 마무리 돼 조정 성공률이 57.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당사자들의 합의로 취하된 187건까지 포함하면 종결율이 66.9%에 이른다.

부산지법 성금석 공보판사는 “조정위원들이 법리에 얽매이지 않고 상식에 입각해 유연하게 처리하기때문에 조정성공률이 높다”며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분쟁을 해결하면서 재판부의 업무를 줄일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조정(調停)센터=부산지법과 서울중앙지법 두곳에 지난해 4월 설치됐다. 조정이 성립되면 소송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것과 같은 법적효력을 갖는다.사건 당사자가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조정신청’과 소송도중에 재판부가 직권으로 회부하는 ‘조정회부’ 두가지 방식이 있다. 부산지법 조정센터에는 조무제(69) 전 대법관 등 3명의 상임 조정위원이 매일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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