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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빈곤의 땅에서 투자의 땅으로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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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홍해가 내려다보이는 이집트 수에즈 남부 사막의 자파라나 윈드팜. 외국 자본과 기술로 건설된 이 발전소는 아프리카에서 외국인 투자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충형 기자]

아프리카, 여전히 ‘빈곤의 땅’이다. 2007년 기준으로 사하라 이남 48개국 전체의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작다. 전 세계 석유의 9.5%, 다이아몬드의 60%가 묻혀 있지만 전쟁과 부패가 부의 축적을 가로막았다. 그런 아프리카 경제에도 이제 성장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원동력은 적극적인 투자 유치다. 이들은 특히 경제성장의 모델인 한국 기업의 진출을 고대한다. ‘투자의 땅’으로 거듭나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프리카의 변화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홍해가 내려다보이는 이집트 수에즈 남부의 휴양지 자파라나. 700개의 프로펠러로 425㎿의 발전 능력을 갖춘 ‘자파라나 윈드팜’이 자리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최대 풍력발전소인 이곳은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집트 정부는 독일·덴마크·스페인·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발전소를 완공, 2001년부터 전력을 생산했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발전소는 안정적으로 가동했다. 투자국들은 5년 만에 투자금 전액을 회수하고 배당금을 받아갔다. 지금은 이집트 정부가 발전소를 사들여 운영하고 있다.

이집트는 현재 1.5%인 풍력에너지 의존도를 2020년엔 1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풍력발전소를 지으려는 외국 기업엔 혜택을 많이 준다. 20년간 부지 무상임대도 그중 하나다. 이집트 신재생에너지청(NREA)의 마지드 마무드는 “새 발전소 건설에 한국 기업도 참여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2002년 이후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수출입 모두 200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키고 있다. 은코사나 모요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 부총재는 “선진국들이 아프리카를 투자처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성장의 견인차”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에 대한 FDI가 비약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아프리카 경제전망(AEO)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170억 달러였던 아프리카에 대한 FDI는 2007년 530억 달러로 3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어 2008년엔 619억 달러로 증가했다. 금융위기로 글로벌 FDI가 20%나 감소했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FDI는 전년보다 16.8%나 불어난 것이다.

여기엔 정정불안과 부정부패가 개선된 덕이 크다. 과거 내전으로 얼룩졌던 대륙이었지만 분쟁은 꾸준히 감소했다. 1994년 종족 간 ‘인종청소’로 100만여 명이 희생된 르완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 취임한 폴 카가메 대통령은 정치 안정과 함께 재산권·투자자 보호에 역점을 둔 경제 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기업환경 순위에서 르완다는 2008년 143위에서 2009년 67위에 올랐다. 1년 새 역대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투자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이집트는 37개 정부 부처를 거쳐야 했던 외국인 투자 신청 절차를 이집트 투자청(GAFI)으로 일원화한 ‘원스톱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오사마 살레 GAFI 의장은 “6개월 걸리던 절차가 72시간으로 줄었다”며 “법인세(20%)와 관세(6%)도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싼 인건비, 풍부한 자원에다 유럽 시장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은 해외 기업엔 절호의 생산 조건이다. 97년 이집트 현지 공장을 설립한 동일방직은 한국의 8분의 1에 불과한 임금과 세계 최고 품질의 이집트 면화를 활용해 현지 최대의 면사 수출업체로 성장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아랍 굴지의 이동통신사 이집트 오라스콤의 나시프 사위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여전히 토지 소유권 분쟁이 벌어지거나 정권과의 관계에 신경 써야 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아직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 쉽게 높아지지 않는 기술 숙련도도 걸림돌이다. 동일방직의 김영균 이집트 현지법인 대표는 “최근 매년 20% 이상 임금을 인상했지만 숙련도가 낮아 한국 노동자 1명 몫을 현지인 2명이 한다”고 말했다.  

카이로=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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