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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기습… 미국 의회 사상 첫 폐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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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 중심부에 우뚝 솟은 하얀색 국회의사당. 포토맥 강변의 링컨 기념관과 멀리 마주 보고 있는 이곳은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이곳에는 상.하원 회의실과 주요 사무실이 있다. 평소 이 민의의 전당은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러나 18일 오전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다. 주변을 통제하는 경찰만 바쁘다. 지난 5일 플로리다에서 처음 발견된 탄저균이 드디어 의사당을 마비시킨 것이다. 이런 속도라면 백악관이 문을 닫을 날도 멀지 않았다.

9월 11일 자살 비행기는 자본주의 금자탑인 무역센터와 군사력의 심장부 펜타곤을 때렸다.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비행기가 의사당을 노렸다는 분석이 있다. 비행기 폭탄을 모면한 의사당이 탄저균 기습을 받은 것이다.

의사당 내 하원은 검역과 청소를 위해 다음주 화요일까지 문을 닫았다.1814년 영국군의 방화로 의회가 휴회한 이래 '사고 폐쇄'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사당 옆에 있는 상.하원 의원회관 6곳도 봉쇄됐다. 문을 연 곳은 배짱으로 버티고 있는 의사당 내 상원구역뿐이다.

탄저균 사태 이래 17일은 최대 쇼크의 날이었다. 의사당의 탄저균 감염자는 30명을 넘어섰다.공격 대상도 하원의장, 상원 지도자, 중진 상원의원의 사무실이었다.

16일 탄저균이 발견된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총무 사무실은 의사당 옆 상원 의원회관 3곳 중 하나에 있다. 그러나 17일 탄저균이 등장한 데니스 해스터트(공화)하원의장 사무실은 바로 의사당 4층에 있다.

직원들은 "NBC 앵커 톰 브로커와 대슐 총무가 받은 탄저균 편지와 비슷한 서체의 봉투를 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탄저균이 위해력이 강한 A급으로 밝혀지고 환기구에도 들어갔다는 얘기가 돌면서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탄저균 양성 판정을 받은 이는 대슐 사무실의 23명과 이 방과 인접한 러셀 화인골드(민주)상원의원 사무실의 3명이다. 이들은 약솜으로 콧구멍을 문질러 보균 여부를 조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 증상의 정도로만 보면 감기.몸살보다 현재의 탄저균은 약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미생물이 미국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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