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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IT교육 현장을 찾아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호주 멜버른시 뷰캐넌가에 위치한 볼윈하이스쿨의 중국어 수업 교실. 학생들이 회화 수업을 위해 미리 준비한 대본에 맞춰 연기를 시작하자 지도교사가 첨단 동화상 압축 방식인 MPEG4 디지털캠코더에 이 장면을 담는다. 연기가 끝나면 학생들은 즉석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녹화된 화면을 보며 발음이나 억양 등 틀린 부분을 교정받는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컴퓨터,또는 디지털기기를 수업에 활용하는 이런 수업진행 방식은 이 학교에서뿐 아니라 호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호주는 특수 컴퓨터 제품이나 응용 소프트웨어(SW)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국가. 이를 바탕으로 IT(정보기술)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1990년대 초.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학교마다 IT관련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새로운 기술부문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호주 국제교육부의 레베카 크로스 국장은 "호주의 IT교육은 사설학원이 아닌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초.중.고교 때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고 대학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창조적으로 개발하는 데 교육의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충실한 기초교육=멜버른시 메소디스츠 레이디즈 칼리지와 브리스번의 존 폴 칼리지는 5~1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하고 있다.

교실이나 도서관 등 학교 내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으며 동영상 편집실이나 전자 녹음 스튜디오도 갖춰져 있다.

존 폴 칼리지의 스테판 폴 교장은 "학생들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학습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정규 교과목은 물론 파워포인트.엑셀 등 SW 사용법까지 다양한 내용을 배우고 있다.

◇ 대학은 연구,직업학교는 실무교육=로열 멜버른 공대(RMIT대)는 호주 최초로 가상현실연구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대학은 이밖에도 SW 엔지니어링 리서치센터,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그룹 등의 연구소도 갖고 있다.

호주의 주요 대학들은 요즘 이같은 IT 관련 연구소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IT기술은 IT 전공분야 뿐 아니라 일반 학과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퀸즐랜드공대 법학부는 ' 무트코트'라는 전자법정을 운영하고 있다.

멜버른대학의 '아나토미디어'프로그램은 의학교육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년 동안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제작한 이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은 의대생들의 해부학 및 수술교육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대학이 연구분야에 치중한다면 직업기술전문학교인 TAFE에서는 실용적인 기술 습득 위주의 교육이 이뤄진다. 멜버른 홈스글렌 인스티튜트.골드코스트 인스티튜트.웨스틴 시드니 인스티튜트 등 호주에만 92개의 TAFE와 2천여개의 사립직업학교가 있다.

홈스글렌 TAFE의 브리언 도슨 IT학과장은 "IT를 전공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졸업 후 현지취업이나 이민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멜버른=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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