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박정상-구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白 대범하게 우변에 대모양 펼쳐

제1보 (1~24)=구리(古力)5단을 가리켜 중국에선 '파도를 가르고 나가는 한척의 쾌속정'이라고 표현한다. 구리는 올해 중국의 신인왕 타이틀을 따낸 18세의 신예강자. 그러나 보통의 신인왕보다는 훨씬 강해 벌써부터 한국의 이세돌3단과 비견되고 있는 중국 최고의 기대주다.

현재 중국랭킹 6위. 중국바둑리그에 충칭(重慶)팀으로 나와 8연승을 치닫고 있어 인기는 1,2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속기에 강하고 매우 전투적이며 번득이는 감각을 지닌 점도 이세돌3단과 닮은 꼴이다.

16강전에서 구리와 맞서게 된 한국의 박정상2단은 한살 아래의 17세. 프로기사들 사이에선 나이에 비해 무섭게 신중하고 끈기가 강한 장고파 중의 장고파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朴2단이 어린 시절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개구쟁이였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부친의 얘기를 빌리면 팔다리가 자주 부러지는 등 성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고 한다. TV도 물구나무를 서서 볼 정도로 몸살을 내는 어린이였던 것이다.

그런 朴2단이 바둑에 정진한 뒤부터 생각이 깊고 침착하기 그지없는 소년기사로 바뀌었으니 바둑의 신묘함을 또다시 보는 듯하다.

백을 쥔 朴2단은 18부터 24까지 대범한 작전으로 우변에 대모양을 펼쳤다. "이것은 백이 기분 좋은 흐름"이라는 朴2단의 자평.흑으로선 13으로 '참고도' 흑1에 먼저 걸쳐 모양을 조각내는 것이 보다 알기 쉬운 흐름이 아니겠느냐고 朴2단은 덧붙인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