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밀가루만 봐도"… 전세계 탄저병 공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에서 탄저병 환자 2명이 추가로 발생한 데 이어 유럽.남미 등에서도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흰가루가 동시다발적으로 발견되면서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 확산되는 탄저균 공포=프랑스의 우주항공국 사무실, 캐나다 오타와의 의회 건물,그리고 리투아니아의 일간지인 레스푸블리카 사옥 등에서는 15일 흰가루가 든 우편물이 발견돼 직원들이 철수하고 건물을 폐쇄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실에 배달된 우편물 속의 흰가루는 탄저균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시민들은 최고 지도자가 괴우편물의 목표물이 됐다는 점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 5일 탄저균 양성반응을 보였던 미국 플로리다주 아메리칸 미디어의 우편실 직원 에어네스토 블랑코(73)와 ABC 방송사 직원의 7개월된 아기가 15일 탄저병 진단을 받았다. 이로써 미국에서 탄저병에 걸린 사람은 모두 4명(1명은 사망)으로 늘었다.

◇ 문명 테러 노리나=사람들은 미국의 주요 언론사와 기업 등이 탄저균의 표적이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항공기 돌진테러 공격을 받은 워싱턴 국방부청사(펜타곤)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각각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NBC 방송국이나 마이크로 소프트 등을 상대로 한 탄저균 살포행위는 미국 문명의 전파자에 대한 테러이며 항공기 공격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 있다.

탄저균 살포가 미 문명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미국의 맹방인 영국.독일 등도 생화학테러 가능성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우편물이 탄저균 살포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 모방 범죄도 극성=흰가루 공포가 확산되는 틈을 타 백색 세제 등을 이용한 모방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독일에서는 15일 민사당 라이프치히 지구당과 뮌헨의 한 공사장에서 흰가루가 발견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벌였으나 모두 가짜로 드러났다.

도이체 포스트(독일우편공사)는 친구에게 협박편지와 함께 분말세제를 보낸 혐의로 체포된 뮌헨의 한 청년에게 수만 마르크의 벌금을 부과했다.

김준술 기자,베를린=유재식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