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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 보고 수업중 급우 살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조직폭력배들의 의리와 배신을 다룬 영화 '친구'를 컴퓨터 등으로 40여차례나 관람한 뒤 이를 흉내 내 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14일 평소 자신을 괴롭혀온 같은 반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부산 D고 1년 金모(16)군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金군은 13일 오전 10시쯤 흉기를 신문지에 감추고 교실 뒷문으로 아무 말도 없이 들어가 수업 중이던 朴모(16)군의 등을 한차례 찌르고 그대로 교실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朴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8㎝나 되는 예리한 흉기가 심장을 관통해 곧바로 숨졌으며 金군은 자신의 집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金군은 경찰에서 "朴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뒤통수를 때리는 등 6개월 이상 괴롭혀 죽이고 싶었는데 '친구'를 보면서 용기를 얻고 방법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노래방에 가자'는 朴군의 제의를 거절하자 친구들 앞에서 코피가 나고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심하게 폭행당했으며 그날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고 범행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소심한 성격의 金군은 평소 '친구'에 나오는 대사를 외우면서 급우들에게 "멋있는 장면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등 이 영화에 거의 중독된 증세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金군은 '친구'에서 "칼로 허파를 찌르면 90초 안에 죽는다"는 대사에서 힌트를 얻어 범행을 준비.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부경찰서 금윤식(琴允植)강력2반장은 "폭력영화가 청소년들의 말투와 행동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며 "이런 영화는 신중하게 만들어야 하고 관람 대상도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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