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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돈전투에서 졌다 … 전교조 명단 내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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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조전혁(가운데) 의원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일 자정을 기해 전교조 명단을 홈페이지에서 내리겠다고 밝혔다. 회견장을 나서는 조 의원의 어깨를 정두언 의원이 주물러 주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3일 교원단체 가입 교사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내일 자정에 명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서울 남부지법이 “명단을 공개할 경우 전교조 측에 하루 30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한 지 1주일, 실제 강제이행금 지급 의무가 발생한 지 나흘째 만이다.

조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명단 공개에 힘을 보태줘, 더 이상 공개의 실익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버틸 힘도 없다”며 “한 해 100억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는 귀족노조에 (강제이행금을 추가로) 바칠 이유는 더욱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로선 1억2000만원을 전교조에 줘야 할 의무가 발생한 상태다. 정치자금을 빼면 그의 재산은 2억원에 못 미치는 걸로 알려졌다. IMF 사태 때 빚보증을 잘못 선 탓에 무주택자인 그는 “돈을 내고 나면 (재산이) 제로가 될 것”이라며 “IMF 때 봉급을 차압 당해 고생한 아내를 더 이상 공포감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지아비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언제 지급하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강제 집행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되겠느냐. 친구·친척에게 빌려서라도 전교조에 직접 찾아가 갖다 주려고 한다. 버틸 양심이 있어야 하는 건데…. 돈이 좀 있어야겠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후원 움직임이 있지 않나.

“어제 이번 일과 관련해 2800만원이 들어왔다고 보고받았다. 그게 정치자금이어서 (강제이행금에) 쓸 수 있는 돈인지 모르겠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했는데.

“국회의원이 입법전문 관료가 돼야 하나. 이번에 법원에 의해 국회의원 직무와 소신을 사전검열 당했고 어마어마한 강제이행금으로 양심의 자유를 결박당했다는 느낌이다. 헌재에서 따져보자. 내가 법을 어겼나 법원이 어겼나.”

조 의원은 “단기필마로 대항해 보려 했으나 ‘돈전투’에서 졌다고 고백한다”며 “전교조의 투쟁력 하나는 가위 세계 최강”이라고 말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민주노동당으로 연결되는 정치전선, 좌파시민단체와의 끈끈한 유대감에 민주당까지 가세하니 이제부터 전교조를 누가 건드리겠느냐”는 물음도 던졌다.

조 의원의 회견에 정두언·진수희·김효재 의원 등도 함께했다. 김 의원은 “조 의원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는 게 괴로워 지난 주말에 걸쳐 명단을 내리라고 설득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법적 판단이 있기 전까지 명단 공개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을 포함, 한나라당 의원 10여 명이 조 의원의 행동 취지에 공감해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명단을 게재 중이거나 게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교조는 명단을 올린 의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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