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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위에 군림 안 했더니, 선수가 리그 군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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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첼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리버풀전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리버풀 AP=연합뉴스]

3년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독주에 들러리만 서던 첼시가 달라졌다.

첼시는 2일(한국시간) 열린 리버풀과의 2009~2010 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승점 83(26승5무6패)으로 단독 1위를 지켰다. 첼시는 10일 홈에서 벌이는 위건 어슬레틱과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통산 네 번째이자 2006년 이후 4년 만에 리그 챔피언에 오른다. 전인미답의 리그 4연패를 노리던 맨유는 3일 선덜랜드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지만 승점 82(26승4무7패)로 첼시에 1점 뒤져 자력 우승 기회는 날아갔다. 위건은 리그 16위에 처져 있는 약체라 맨유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야 할 판이다.

영국 언론은 첼시가 부활한 이유로 이탈리아 출신의 카를로 안첼로티(51) 감독 영입 효과를 꼽았다. 9년간 AC 밀란(이탈리아) 지휘봉을 잡다 지난해 6월 첼시로 온 그가 올 시즌 맨유에 2전 전승을 거두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KO시켰다는 평가다. 그는 밀란 감독 시절 2004~2005 챔피언스리그 16강전과 2006~2007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도 퍼거슨 감독을 누른 바 있다. 안첼로티 감독은 올 시즌 맨유뿐 아니라 리버풀·아스널 등 ‘빅 클럽’과의 6차례 대결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안첼로티가 첼시를 맡는다고 했을 때 영국 언론은 영어가 짧은 데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안첼로티는 전임 감독이었던 조제 모리뉴(인터 밀란 감독)처럼 상대를 자극하지 않았고, 스콜라리(분요드코르 감독)처럼 자기 선수들을 욕하지 않으면서도 첼시의 승리 본능을 끄집어냈다. 선수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그의 스타일이 첼시에서도 효과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그는 2007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밀란 선수들이 자신의 얼굴을 아기 다루듯 어루만지는데도 너털웃음으로 받아 넘길 만큼 부드러운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지휘 아래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던 아넬카와 드로그바의 콤비 플레이가 되살아났다. 주장 존 테리가 스캔들 파문으로 힘겨울 때도 그를 지켜냈다.

하지만 항상 부드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4경기 무승(3무1패)에 빠져 있던 지난해 12월 포츠머스전을 앞두고는 영어로 욕설을 섞어 인터뷰를 해 선수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첼시 팬들로부터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안첼로티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FA컵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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