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집만 골라… '표적 강도'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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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기업 전.현직 사장.임원 등 재계 유력자의 집만 골라 강도질을 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2일 대기업 사장집 등 네곳에 침입해 4천5백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가법 위반 등)로 吉모(43.대구시 달서구)씨 등 3명을 구속했다.

吉씨 등은 지난 7월 24일 오전 11시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 모 기업체 대표 A씨의 집에 "프랑스지점에서 보내온 소포 배달을 왔다"고 속이고 들어가 일가족 6명을 흉기로 위협한 뒤 미화 1천2백달러와 1백만원짜리 수표 한장, 귀금속 등 1천여만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다.

이들은 집안에 있던 A씨의 친척(44.여)을 방으로 끌고가 강제로 성추행하면서 이를 비디오 촬영한 뒤 "신고하면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8월 2일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 합정동 모 기업체 전직 이사 C씨 집에 들어가 신용카드를 빼앗은 뒤 "딸의 신원을 알고 있으니 비밀번호를 말하라"고 협박, C씨 부부를 인질로 잡고 있는 사이 다른 일당이 은행에서 현금 1천5백만원을 인출해 빼앗았다.

이들은 8월 7일 강남의 모 식품업체 회장집에 침입, 흉기로 일가족을 위협하다가 경찰에 발각돼 일당중 韓모(39.주거부정)씨가 먼저 붙잡힌 뒤 전화번호 추적을 한 수사팀에 의해 지난 11일 모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월 전경련이 발간한 '한국재계 인명록'에서 모 방송사.수산회사.제약사 회장(사장) 등 유력인사 중 단독주택에 사는 20여명을 골라 범행대상으로 정한 뒤 선물.소포 배달을 가장해 침입을 시도했으며, 남자 경비원이 나오면 그냥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장소는 반드시 사전 답사하고 대상 가족의 신상 조사를 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으며, 의심받지 않도록 정장 차림으로 범행했다.

이들 중 韓씨 등 두명은 1988년 서울 은평구의 한 국회의원 집에 같은 수법으로 침입, 금품을 빼앗으려다 경찰에 붙잡혀 청송감호소에서 최근까지 복역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경찰에서 "출소 후 사회 적응이 힘들어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부유층의 돈을 노렸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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