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국회 "속 좁은 정치" 비난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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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의원의 '대통령 자진사퇴'발언으로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사흘째 파행했다. 12일의 여야 협상은 표현 하나 때문에 결렬됐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은 열리지 못했다.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 이상수(李相洙).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총무를 불러 중재안을 냈다.

한나라당 李총무가 본회의장에서 '국회 파행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으며, 여당도 함께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밝히는 선에서 타협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李총무는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의 발언과'라는 문구를 넣어 이번 사태가 安의원 때문에 일어났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오 총무가 반발, 협상이 무산됐다.

이만섭 의장은 오후에 다른 중재안을 냈다. 한나라당 李총무가 유감을 표시하면 李의장이 본회의장에서 "安의원 발언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의원들은 발언에 신중을 기하고 安의원의 해당 발언은 속기록에서 삭제한다"고 밝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李총무는 "의장이 아닌 한나라당 총무가 安의원을 언급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밀고당기기가 계속되자 '협량(狹量)정치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은 정국 전체를 고려하는 도량이 부족하고, 한나라당 역시 이왕에 사과를 하려면 좀더 흔쾌히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李총무는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李총무가 사과를 약속해놓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보고했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영수회담을 한 지 하루 만에 안택수 의원을 내세워 대통령을 공격했고, 총무회담에서 사과한다는 합의문까지 작성한 뒤 번복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李총무는 "유감을 표시한다고 했지만 사과한다는 말은 절대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安의원의 발언에 대해 본회의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청와대의 질책 때문에 민주당이 초강수로 나오는 것 같다"면서 "파행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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