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논단] 대만의 경제 기적 추락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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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00년 3월 대만은 최초의 야당 출신 총통의 탄생이라는 흥분을 맛봤다. 하지만 선거 이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태풍, 홍수, 지진, 화재, 지반붕괴와 해상의 기름 유출 등 끊임없이 이어졌던 각종 재난들은 중국식 사고방식으로 볼 때 천운(天運)이 다한 것을 의미하는 징조였다.

경제 분야를 보면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예전에 대만은 1997년 아시아에 몰아닥쳤던 경제 위기를 모면한 것을 자축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과응보의 상황이 됐다.

6월의 실업률은 4.5%를 웃돌았다.이는 지난 10년간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으로 1만여명의 노동자를 수입해야 했을 만큼 번영 일로를 달려온 대만 경제에서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다.

국민총생산(GNP)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 5%에 맞추기가 빠듯할 전망이다. 1분기 성장률은 겨우 1%선에 턱걸이했다. 대만 달러화가 10년 만의 최저가치로 떨어지고 증시는 걷잡을 수 없이 하락했다.

그러는 동안 기업들은 대만해협을 건너 본토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만 정부는 대만의 경제가 본토 중국에 의존적으로 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중국에 대해 '만만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와 기업간의 분열이 생기고 있으며 중국은 느긋하게 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유화적이었던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에 변화를 주겠다고 암시했다. 대만에 첨단무기를 팔고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언질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대만에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불안감이 널리 번져 있다.

지난해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의 선거혁명이 대만의 경제적 기적에 걸맞은 정치적 기적을 낳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민진당은 전국 규모의 행정 경험이 없다. 필연적으로 선거 유세 중 이상에 치우친 공약들을 경솔하게 남발했고 이는 국회의 다수당으로 남아있는 상대편을 자극했다.

중국이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하므로 대만은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날 7년간의 숨쉴 시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 행동을 함으로써 서구국가들이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중국은 대만에 대한 지위를 확인하고 세계 정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확신을 주면 올림픽의 성공을 축하할 것이다.

최근 러시아와의 밀착,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회복 진전, 그리고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8%의 경제성장률이란 성과를 얻은 중국으로서는 산적한 사회적.정치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공개적으로 대외에 표출하려고 할 것이다. 게다가 대만 문제를 다루면서 중국은 점차 시간이 자기편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

오는 12월 대만의 총선거는 대만의 민주적 변천을 굳건히 해야겠지만, 대만을 시끄럽게 하는 여러가지 상황들은 자유토론, 정당간의 경쟁 등이 혼란과 동일하다는 중국 지도자들의 확신을 더욱 단단하게 할 것이다. 아울러 대만 기업가들처럼 대만의 야당 지도자들이 집권당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을 중국 공산당과 구축하려고 베이징(北京)으로 몰려들고 있는 사실은 중국 지도자들을 더욱 거만하게 만들 것이다.

<톰 골드 美 버클리대 교수 기고>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본사특약

정리=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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